[한미 FTA 발효] 유통 개혁해야 수입품 가격인하 효과… 공정위 역할 중요해진다
입력 : 2012.03.15 03:36
FTA 효과 극대화 전략
한·칠레 FTA 발효 이후 칠레 키위 진출 견제하려는
제스프리社 압력 때문에 키위 가격 오히려 더 올라
한국산 입증해야 관세 혜택… 정부, 중소기업 컨설팅 지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우리나라가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9061개 품목(전체의 80.5%), 우리나라가 미국에 수출하는 8628개 품목(전체의 82.1%)의 관세가 사라졌다.
관세 철폐는 소비자로 하여금 미국산 상품을 더 싼값에 살 수 있게 하고, 우리나라 수출기업에는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해 수출을 늘릴 수 있는 토대가 된다. 하지만 관세 철폐가 자동적으로 이런 효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관세 철폐에 따른 체감(體感)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정부나 기업 차원의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FTA 관세 인하 효과를 온전히 누리려면 ▲유통 구조 개혁 ▲한국산 제품 원산지 증명 ▲중소 수출기업의 홍보 강화 등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①소비자 FTA 체감도 높여라
2004년부터 FTA가 발효된 칠레산 키위가 2010년 한때 대형 마트에서 자취를 감췄다. 세계 최대 키위 업체로 국내 대형마트 점유율이 70%에 가까운 뉴질랜드의 제스프리가 대형마트에 자사 키위를 공급받으려면 칠레 키위를 팔지 말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한·칠레 FTA로 뉴질랜드 키위보다 개당 200원 쌌던 칠레 키위에 시장을 뺏길까 우려한 결과였다. 값싼 경쟁자가 사라지자 키위 가격은 더 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적발하고 제스프리에 과징금 4억2000만원을 부과했다.
키위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소비자들이 싼 수입품을 살 수 있도록 왜곡된 유통 구조를 찾아내 고치는 작업이 필요하다. 성한경 국민대 교수는 "관세가 떨어졌는데도 최종 소비자 가격이 그대로인 품목들을 공표해 업계에 무언의 압력을 넣어야 한다. 공정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②원산지 규정 잘 지켜야
CCTV 제조사 씨앤비텍의 유봉훈 대표는 15~16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원산지 증명 교육 세미나에 참석할 예정이다. 여태껏 원산지 증명 절차가 까다롭다는 이유로 다른 FTA는 활용하지 않았지만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 FTA가 발효되자 수출 확대 기회로 활용하고 싶어서다. 유 대표는 "값싼 중국 제품과 경쟁하며 FTA 관세 인하 효과에 대한 미련은 늘 갖고 있었지만 원산지 증명이 복잡해서 미뤄왔다"며 "이번엔 한번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국내 수출기업들은 미국으로 수출하는 품목이 한국산이라는 증명을 받아야만 관세 혜택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 한미 FTA는 한·EU FTA와 달리 특별한 서식 없이 기업 책임하에 원산지 증명서를 자율적으로 발급하는 방식이다. 만약 나중에 원산지 검증 과정에서 잘못이 적발되면 관세 혜택은 무효가 되고 추징금까지 물 수 있으므로 원산지 증명에 대해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증명서는 영어로 만들어 4년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중소기업들은 복잡한 절차 등의 이유로 아예 FTA를 통한 관세 인하 혜택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정부에선 중소기업들을 돕기 위해 16개 광역자치단체에 FTA 활용지원센터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관세청(1577-8577)도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을 통해 관세사·회계사로 구성된 'FTA-닥터'의 무료 컨설팅 서비스도 실시 중이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단위에서 원산지 증명을 완벽히 하기 어려운 만큼 국가적 차원에서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중소 수출기업을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관세 철폐는 소비자로 하여금 미국산 상품을 더 싼값에 살 수 있게 하고, 우리나라 수출기업에는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해 수출을 늘릴 수 있는 토대가 된다. 하지만 관세 철폐가 자동적으로 이런 효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관세 철폐에 따른 체감(體感)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정부나 기업 차원의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FTA 관세 인하 효과를 온전히 누리려면 ▲유통 구조 개혁 ▲한국산 제품 원산지 증명 ▲중소 수출기업의 홍보 강화 등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①소비자 FTA 체감도 높여라
2004년부터 FTA가 발효된 칠레산 키위가 2010년 한때 대형 마트에서 자취를 감췄다. 세계 최대 키위 업체로 국내 대형마트 점유율이 70%에 가까운 뉴질랜드의 제스프리가 대형마트에 자사 키위를 공급받으려면 칠레 키위를 팔지 말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한·칠레 FTA로 뉴질랜드 키위보다 개당 200원 쌌던 칠레 키위에 시장을 뺏길까 우려한 결과였다. 값싼 경쟁자가 사라지자 키위 가격은 더 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적발하고 제스프리에 과징금 4억2000만원을 부과했다.
키위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소비자들이 싼 수입품을 살 수 있도록 왜곡된 유통 구조를 찾아내 고치는 작업이 필요하다. 성한경 국민대 교수는 "관세가 떨어졌는데도 최종 소비자 가격이 그대로인 품목들을 공표해 업계에 무언의 압력을 넣어야 한다. 공정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②원산지 규정 잘 지켜야
CCTV 제조사 씨앤비텍의 유봉훈 대표는 15~16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원산지 증명 교육 세미나에 참석할 예정이다. 여태껏 원산지 증명 절차가 까다롭다는 이유로 다른 FTA는 활용하지 않았지만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 FTA가 발효되자 수출 확대 기회로 활용하고 싶어서다. 유 대표는 "값싼 중국 제품과 경쟁하며 FTA 관세 인하 효과에 대한 미련은 늘 갖고 있었지만 원산지 증명이 복잡해서 미뤄왔다"며 "이번엔 한번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국내 수출기업들은 미국으로 수출하는 품목이 한국산이라는 증명을 받아야만 관세 혜택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 한미 FTA는 한·EU FTA와 달리 특별한 서식 없이 기업 책임하에 원산지 증명서를 자율적으로 발급하는 방식이다. 만약 나중에 원산지 검증 과정에서 잘못이 적발되면 관세 혜택은 무효가 되고 추징금까지 물 수 있으므로 원산지 증명에 대해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증명서는 영어로 만들어 4년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중소기업들은 복잡한 절차 등의 이유로 아예 FTA를 통한 관세 인하 혜택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정부에선 중소기업들을 돕기 위해 16개 광역자치단체에 FTA 활용지원센터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관세청(1577-8577)도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을 통해 관세사·회계사로 구성된 'FTA-닥터'의 무료 컨설팅 서비스도 실시 중이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단위에서 원산지 증명을 완벽히 하기 어려운 만큼 국가적 차원에서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중소 수출기업을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③중소기업 미국 내 인지도 높여라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14일 "한미 FTA 수혜는 1차 협력업체 정도에 국한되지 우리 같은 하청업체에까지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간접효과 정도나 기대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내 중소기업들 사이에선 마케팅능력 부족으로 FTA 효과가 자신들에게까지 미칠지에 대한 의문이 많다.
한국 제품의 대미 수출을 늘리려면 미국 기업·바이어들이 한국산 부품이나 제품을 수입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미국의 중소 제조기업들은 한국 기업들의 기술 수준이나 품질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선뜻 한국기업과의 거래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나서서 중소 수출기업에 대한 전략적 홍보·마케팅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14일 "한미 FTA 수혜는 1차 협력업체 정도에 국한되지 우리 같은 하청업체에까지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간접효과 정도나 기대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내 중소기업들 사이에선 마케팅능력 부족으로 FTA 효과가 자신들에게까지 미칠지에 대한 의문이 많다.
한국 제품의 대미 수출을 늘리려면 미국 기업·바이어들이 한국산 부품이나 제품을 수입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미국의 중소 제조기업들은 한국 기업들의 기술 수준이나 품질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선뜻 한국기업과의 거래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나서서 중소 수출기업에 대한 전략적 홍보·마케팅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