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수 뿜어내는 마을… 고목에서 피어난 매화 만나다

이바라키현, 도치기현, 군마현. 우리에겐 좀 낯선 지명이지만 일본에선 알아주는 중부지방의 대표적 관광지다. 일본식 화산 지형을 볼 수 있는 데다, 오랜 역사가 깃든 온천마을과 신사들이 즐비하다. 이달 초 봄이 오는 길목이지만 여전히 눈이 쌓여 있는 이들 지역을 돌아봤다.

◇이바라키: 매화 명소

이바라키현 미토시의 가이라쿠엔(偕樂園)은 일본 3대 정원의 하나이자 최고의 매화 명소로 꼽힌다. 축구장 300여개 크기에 100여종 3000그루의 매화가 심어져 있는 이 정원은 지난해 대지진 피해로 한동안 폐쇄됐다가 최근 다시 문을 열었다. 번주인 도쿠가와 나리야키가 일반 대중을 위한 공원으로 1842년 만들었다. 가이라쿠엔이라는 이름도 맹자에 나오는 '백성과 더불어 즐겨야 진정으로 즐길 수 있다'는 구절에서 따왔다고 한다. 구부러지고 비틀어진 고목 가지에서 피어나는 진홍빛 매화가 고혹적 매력을 풍긴다. 정원 한가운데 있는 일본식 3층 정자 고분테이(好文亭)에 올라 격자창문 사이로 내려다보는 정원과 호수도 일품이다.

가이라쿠엔과 가까운 곳에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무사양성학교 고도칸(弘道館)이 있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매화가 정원 가득 피어나는 운치있는 곳이다. 매년 2월 중순에서 3월 말까지 매화축제가 열리는데, 올해는 이상 추위로 개화시기가 한 달 정도 늦어졌다고 한다. 관리직원은 4월에야 매화가 절정일 듯하다고 했다. 이바라키현의 해안을 따라 늘어선 항구와 수산시장, 오오아라이 수족관은 일본인 단체관광객들의 방문으로 꽤 활기를 띠고 있었다. 한 수산시장은 3·11 대지진 피해 당시 사진 위에 '지진해일로부터 완전부활!'이라고 써 붙여 놓기도 했다.

◇도치기: 대자연과 문화유산 어우러져

도치기현의 닛코(日光)국립공원은 일본의 대표적 국립공원이다. 나스 화산대가 만든 산악지형과 람사르조약에 등록된 습지를 포함한 수려한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트레킹 코스가 나있다. 닛코도쇼구(日光東照宮)를 비롯한 신사와 절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닛코도쇼구는 일본을 통일하고 에도시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모신 신사이다. 신사는 온갖 조각으로 장식되고 화려한 색과 금박으로 채색돼 있다. 신사 길을 따라 하늘을 찌를 듯 늘어서 있는 삼나무는 마치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입구처럼 보인다.

◇군마: 온천 천국

군마현의 구사쓰 온천은 몇년째 일본 신문이나 잡지에 의해 '일본 최고의 온천' '일본인이 가장 가고 싶은 온천' 등으로 선정돼 소개되는 곳이다. 마을 안 100여 곳의 온천에서 매일 5300L의 온천수가 뿜어져 나와 마을 가운데를 콸콸 흐르고 있다. 마을 중심부에는 온천수를 나무통을 통해 흐르게 한 후 침전물을 걷어내는 소위 온천밭이 있는데, 일년에 두 번 이곳에서 걷어내는 침전물은 최고의 입욕제로 조합에 의해 한정 판매되고 있다. 강산성인 이 곳 온천수는 질병치료에 특효가 있다고 한다. 온천밭 주변에는 100여년이 된 전통 여관들이 늘어서 있고, 무료 목욕탕이 7곳 문을 열고 있다. 흐르는 온천물을 따라 골목을 올라가면 산 속에 니시노카와라 노천 온천이 있다. 겨울에는 눈 덮인 산을 보면서, 봄에는 꽃이 핀 계곡을 보면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