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침체 걱정"… 금감원, 대책 마련 나서

"아파트 거래가 줄어도 너무 줄었다. 내가 줄었다고 말하면 더 줄어들까 겁이 나서 공식적인 자리에서 말도 못하겠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사석에서 "부동산 거래가 줄면서 가격이 떨어지니 경기가 전반적으로 가라앉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15일 금감원 관계자가 밝혔다. 권 원장은 "우리나라 중산층은 자산 대부분이 주택인데, 가격 하락이 계속되면 소비 위축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부동산 관련 대책이) 마냥 이대로면 경기를 살릴 길이 없으니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금감원은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의 심각성에 대해 실무선에서 검토에 착수했다. 금융감독당국이 실물 분야인 부동산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갖고 상황 파악에 나선 것이다. 지난 1월 전국 주택 거래량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만큼 부동산 경기는 극도로 위축돼 있다. 작년 12월 마지막 남은 투기과열지구였던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를 9년 만에 해제했지만, 효과가 미미한 상태다.

◇금감원 실무팀, 주택대출 규제 실태 점검 나서

금감원은 최근 은행과 제2금융권에 대해 LTV(주택담보대출비율·담보가치 대비 대출이 가능한 한도) 운영 실태를 포함해 전반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LTV는 은행의 경우 투기지역은 40%, 비투기지역은 60%다. 보험사 등 제2금융권 LTV는 50~60%인데 은행권 평균 LTV는 47% 선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관련해서 은행들의 실제 LTV 수준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조사를 해서 한도보다 높으면 당연히 줄이도록 하겠지만, 낮게 나올 경우 거래 위축을 부추기는 것으로 볼 수도 있는 만큼 반대로 '늘리라'고 요구하는 등 여러가지 방안을 검토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DTI(총부채상환비율·소득 수준에 따라 은행 대출 상한선을 제한하는 제도)와 LTV 규제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도, 틈새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최악의 상황으로 가면 정치권 등에서 DTI 등 금융 규제에 대한 공격이 거세질 것을 선제적으로 대비하려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공식입장은 여전히 "주택 대출, 규제 완화 없다"

하지만 이런 물밑 움직임과는 달리 DTI와 LTV 규제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대출 상환 능력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부동산 경기대책으로 운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입장을 줄곧 유지하고 있다. 권 원장도 현재로선 DTI 완화는 어렵고, 세제 완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방안을 살펴보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DTI 완화는 900조원을 넘는 가계 부채를 더 악화시킬 수 있는 데다, 거래 활성화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못한다"면서 "양도소득세나 취득·등록세 등 거래세를 낮춰 '하우스푸어(주택 대출금을 갚느라 어려운 계층)'들이 집을 팔고 작은 평수로 줄여 빠져나가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고 관계자들이 전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DTI는 풀어주지 않기로 확고하게 방침을 정했기 때문에 더이상 논의가 없으며, LTV를 조정할지는 좀 더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