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펀드는 자식이 아닙니다, 만년 반토막 애물단지는 미련없이 버리세요

글로벌리츠·일본 펀드… 수익률 회복 쉽지 않아
적극적으로 갈아탈 필요

최근 회복세 보이는 브릭스·베트남 펀드
비과세 혜택 주어지는 연말까지 기다려볼만

회사원 신모(32)씨는 6년째 보유 중인 펀드의 최근 수익률을 휴대폰 문자로 받아보고 울화가 치솟았다. 2007년 당시 은행 직원의 적극 추천으로 가입했던 글로벌리츠 펀드의 수익률이 -50.9%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신씨는 "기다리면 오르겠지 하는 희망으로 참고 있는데, 전혀 원금 회복의 기미가 없다"며 "이 펀드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인 2000선을 회복했지만, 정작 자신의 펀드 수익률은 회복되지 않아 속을 끓는 투자자들이 많다. 올들어 국내주식형 펀드에서 4조원 가까이 순유출되는 등 너도나도 펀드 환매 러시에 합류하고 있지만, 정작 이런 투자자들은 애써 무관심하며 망가진 펀드를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펀드로 돈 벌었다는 사람들 구경만 하던 펀드 초보들은 지금 가입해도 될지, 어떤 펀드가 좋을지 고민이다. 편두통보다 무섭다는 펀드통(痛)을 앓고 있는 투자자들을 위해, 머니섹션 M이 전문가들에게 '재테크 처방전'을 받아봤다.

◇불치병 펀드, 과감히 갈아타라

반 토막 났던 펀드들도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면 원금을 회복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5년 이상 오랜 시간이 걸릴뿐더러, 아무리 기다려도 회복되지 않는 '불치병 펀드'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펀드들은 방치하기보다 과감히 갈아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특히 2007년 당시 한창 인기를 끌었지만 2008년 금융위기 때 부동산 가치 하락으로 수익률이 망가진 글로벌리츠 펀드나 저성장 지속으로 주가가 2008년 금융위기 수준에 머물러 있는 일본 펀드의 경우 수익률 회복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선진국 인프라(사회기반시설)에 투자하는 펀드 역시 인프라 수요 정체로 전망이 어둡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이런 펀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빨리 수익을 낼 수 있는 펀드들이 많이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갈아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브릭스 펀드는 좀 더 지켜봐야

한때 불티나게 팔렸다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던 중국·브라질·인도·러시아 등 브릭스(BRICs) 국가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올해 들어 빛을 보고 있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10~20%대에 달한다. 수익률이 -70%까지 폭락했던 베트남 펀드 역시 최근 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의 장기대출프로그램(LTRO) 같은 선진국의 양적완화 정책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풀리면서, 이 돈이 신흥국 주식시장으로 대거 몰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만약 올해 유동성 장세가 계속 이어질 경우, 상대적으로 성장속도가 빠른 신흥국 증시의 전망이 밝을 수 있기 때문에 이들 펀드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다만 해외펀드는 손실 부분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얻는 수익에 대해서는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는데, 이 혜택이 연말까지로 한정돼 있는 상황이라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박진환 한국투자증권 WM컨설팅부장은 "브릭스 국가를 뭉쳐서 투자하기보다, 4개 국가의 색깔을 좀 더 구체적으로 파악해 투자하는 것을 권한다"며 "브라질이나 러시아는 한국 증시와의 상관성이 낮은 편이라 분산 투자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초보가 명심해야 할 펀드투자 3계명

코스피지수가 오르는 것을 보면서 배만 아파하다가 이제서야 가입을 고려 중인 펀드 초보자라면, 명심해야 할 3대 투자원칙이 있다. 첫째 펀드를 고를 때 '돈이 들어오는 펀드'를 고르라는 것이다. 돈이 빠져나가는 펀드는 편입된 주식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펀드 수익률도 나빠질 수 있다. 이때 펀드 규모가 1조원에 가까울 정도로 몸집이 이미 커져 있는 '공룡펀드'는 피하는 것이 좋다. 몸집이 큰 펀드는 주식을 사고팔 때 주가에 영향을 미쳐 제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둘째, '꾸준한 성과를 내는 펀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일시적으로 월등히 고수익을 내는 '반짝 1등' 펀드보다는 3년 정도 상위 30% 내에 들면서 꾸준히 시장평균 수익률을 이기는 펀드가 좋은 펀드다. 펀드매니저가 일관된 투자철학을 갖고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적립식으로 하라'는 것. 거치식으로 투자할 경우 가입 시점이 매우 중요한데, 타이밍을 맞추는 것은 여의도에서 내로라하는 전문가도 쉽지 않다. 더구나 최근 코스피지수가 2000을 넘은 상황이어서 거치식 투자는 더더욱 부담스럽다. 이연주 에프엔가이드 연구원은 "적립식 투자가 거치식에 비해 시장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인 수익을 낸다는 것은 오랜 기간 여러 방식으로 입증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