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된 넓은 집…모르면 크게 당한다?

①고령화·1인 가구 증가
자녀 없는 노인가정 늘며, 집 크기·선호 위치 변화…  死後정리회사 생기기도

②늘어나는 메가시티
100만 이상 도시 늘면서 질병·범죄 두려움 커져… '安 비즈니스' 수요 늘어

③식량위기 부를 기후문제
그린에너지 관심 못잖게 새로운 농업 각광받게 돼… 種子기업이 유망한 업종

핀란드의 노키아는 2000년 당시 세계 휴대전화업계의 절대 강자였다. 노키아는 그해 시가총액이 2000억달러를 넘었고 세계 휴대전화시장 점유율은 30%를 훌쩍 상회했다. 애플은 같은 해 휴대전화시장에 진출조차 하지 않았고, 시가총액은 50억달러에 불과했다.

12년 후인 지금 두 회사의 상황은 정반대로 역전됐다. 한때 '선택과 집중의 모범사례'로 칭송받던 노키아는 올해 대규모 적자 누적으로 시가총액이 200억달러 밑으로 곤두박질 쳤다. 애플은 글로벌 혁신 기업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며 시가총액이 5000억달러를 돌파했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2000년대 후반부터 메가 트렌드로 급부상한 스마트폰에 대한 두 회사의 전략 차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산업계에는 이런 변화도 있다. 화약과 나일론으로 유명한 미국 듀폰은 이제 세계 2위의 종자(種子)회사가 됐다. 1980년대 세계 1위 반도체 기업이던 일본 도시바는 요즘 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인류의 의생활 변화를 선도한 듀폰은 왜 종자기업으로 탈바꿈했고, 1980년대 반도체 강자이던 도시바는 왜 에너지에 전력을 쏟을까?

◇차별화된 관점과 해석: 자동차 등장할 때 부동산 개발로 큰돈

지금은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었던 것들, 그럴 것으로 예상했던 것들이 모두 빗나가는 격변의 시대이다. 오를 것이라고 믿었던 집값은 오히려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누구나 갖기를 꿈꾸던 넓은 집은 이제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모두 달려들던 유망 사업도 존폐 위기에 직면한 경우가 적지 않다.

흔히 지나치기 쉬운 변화 속에 세상을 바꾸는 모멘텀(결정적 계기)과 사업 기회가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런 의문이 든다. '메가 트렌드라고 하면 모두가 아는 내용일 텐데, 그게 무슨 나만의 비즈니스 기회가 될까?'

자동차가 발명됐을 때 모든 사람은 자동차 관련 산업에 열광했다. 자동차 부품, 타이어부터 석유에 이르는 모든 가치 사슬(value chain)이 유망 사업의 대상이었다. 당연히 돈이 몰렸고, 많은 기회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칼 피셔라는 미국인은 도로와 부동산을 생각했다. 자동차가 많아지면 도로가 필요할 것이고, 도로는 사람의 이동을 확장시키면서 그동안 소외됐던 오지(奧地)가 개발될 수 있음에 착안한 것이다. 실제 그는 플로리다주의 부동산 개발을 통해 거대한 부를 축적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정보를 다른 관점으로 해석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 낸 것이다.

◇"표피적 변화 아래의 기회에 주목하라"

전문가들은 미래 산업의 최대 변수인 메가 트렌드로 '인구구조 변화' '도시화' '기후문제'를 꼽는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세 가지 메가 트렌드 수면 아래 숨어 있는 2차·3차적 기회를 포착하면 훨씬 크고 강력한 비즈니스 기회를 붙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인구구조가 변화하면 고령화가 떠오르지만 1~2인 가구의 부상도 중요하다. 가구의 구성이 바뀌면 주거와 소비의 형태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사고나 가치관이 변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자녀가 없다면 더 이상 대형 주택도, 학군도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교통 등 생활이 편한 곳에 있는 소형 주택을 선호할 수 있다. 주택 가격 변화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직장생활도 바뀔 수 있다. 한 직장에 오랫동안 소속돼 근무하기보다 필요한 시간에 필요한 곳에서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자신이 원하는 일에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 시간보다 재능을 판매하는 형태로 고용구조가 바뀔 수 있는 것이다. 가전제품, 유아용품, 교육시장, 놀이시설 심지어 패스트푸드점도 변화의 무풍(無風)지대가 아니다. 일본에선 연고가 없는 채 사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사후(死後) 정리회사'라는 뉴비즈니스가 탄생했다.

도시화도 산업의 지형을 바꾸는 요인이다. 특히 인구 100만명 이상의 메가시티(거대도시)의 탄생은 다양한 산업·문화·사회적 의미를 함축한다. 예컨대 복합상영관이 들어서기 위해서는 인구가 20만명이 넘어야 하고, 전철이 들어가려면 100만명 정도가 필요하다. 메가시티의 탄생은 '안(安) 비즈니스'의 활성화로 연결될 수 있다. 도시화가 심화될수록 정보, 질병, 범죄로 생기는 피해가 커지기 때문에 안전과 안심에 대한 수요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사생활 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경우에 따라선 수백 번 CCTV(폐쇄회로TV)에 찍힌다. 주거, 먹거리, 거래 등 생활의 모든 곳에서 '안'이 비즈니스의 키워드로 부상할 수 있다.

문제는 '안 비즈니스'가 커질수록 데이터의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간단하다. 수천만건의 교통, 금융거래, CCTV, 이메일 정보 등에서 특정 인물의 이상 행동을 찾아내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특정 범죄 용의자를 수천, 수만 대의 카메라에서 일일이 찾아내는 것도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안 비즈니스'는 필연적으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잘 분석해 주는 기술과 사업을 필요로 한다. 데이터 사이언스라는 새로운 직종과 비즈니스가 도시화와 연계될 수 있다.

기후문제도 마찬가지다. 기후문제 하면 '그린 에너지'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여기에도 새 변수가 등장하고 있다. 지금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급부상 중인 셰일(shale)가스가 대표적이다. 셰일가스는 암석층에 산재해 있는 비재래식(uncon ventional) 가스의 일종이다. 그런데 이 셰일가스가 상업적으로 채굴되기 시작하면서 러시아와 중동이 독점하던 가스시장에 큰 변화가 생기고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으로도 50~200년 이상 쓸 수 있을 정도로 양이 많고, 미국이나 중국같이 에너지 다소비국에 주로 분포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막대한 가스 보유량을 무기로 유럽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러시아로선 달갑지 않은 상황 변화다.

정작 기후 변화가 야기하는 더 큰 위험은 식량문제다. 식량은 획기적으로 생산량을 늘리기 어렵고, 생육 주기가 길며 기후 조건도 까다롭다. 반면 신흥국은 소득 증가로 식량, 특히 육류 소비가 대폭 늘어나고 있다. 우리가 생산하는 식량의 40%를 가축이 소비한다고 생각해보면 식량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할 수 있다. 식량문제로 인해 파생되는 또 다른 문제는 물이다.

일반적으로 소고기나 청바지 1㎏을 생산하는 데 10t 이상의 물이 필요하다. 의식주(衣食住)가 바뀐다는 것이 엄청난 물 스트레스를 초래하는 것이다. 결국 전통적인 방식의 농업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구조가 될 수 있다. 어쩌면 미래 농업은 농장이 아닌 공장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듀폰이 종자비즈니스에 주목하는 이유이다.

◇"비즈니스 기회 포착 핵심 키워드는 VAR(변동·풍부함·부족함)"

미래 변화를 제대로 통찰하려면 'VAR'에 주목해야 한다. 우선 변동(Volatile)이 많아지는 곳에 기회가 있다. 변동이 많으면 변동을 줄여주는 생각을 해야 한다. 넘치는 것(Abundance)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넘치는 것을 쓰게 하거나 줄여주면 새 비즈니스가 되기 때문이다. 은퇴 후 8만 시간이라는 얘기가 있다. 고령화는 어떤 의미에서는 넘쳐나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이것을 잘 쓰도록 돕는 게 유망 비즈니스가 될 수 있다. 마지막은 부족함(Rare)을 채워주는 것이다. 자원과 에너지 부족도 이런 범주이고, 현대인에게 부족한 집중력, 수면도 비즈니스 기회가 된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한다. 변하는 세상은 항상 기존 질서와 가치를 무의미하게 한다. 거대 기업의 몰락이나 새로운 시장의 형성도 모두 이런 과정 속에서 잉태되고 표출된다.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관성이 있어서 변화에 둔감해지기 십상이다. 알고 있다고 하는 것, 들어 봤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다른 각도의 눈과 사고로 비즈니스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