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신중현 재발매 음반 발매 직후 사라진 까닭

작년 말 '신중현 마스터피스 골드 시리즈'라는 제목의 음반 8장<사진>이 온라인 음반사이트에 등장했다. 신중현이 1950~70년대 발표했다가 절판된 음반들이 재발매된 것이다. 대중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 재발매 소식이 퍼질 때쯤 음반들은 모두 사라졌다. 음반이 나오긴 했으나 살 수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이 음반 시리즈는 1958년 신중현이 내놓은 '히키―신(申) 키타―멜로듸'라는 이름의 연주곡 음반부터 '신중현과 세 나그네''신중현과 애드훠(Add―4)'를 비롯, 김추자·김정미·장현 등 신중현이 발굴한 가수들과 공동작업한 희귀반들이다. 신중현이 직접 음반 패키지를 디자인하고 해설을 수록해 제작해 재발매한 것이다.

그런데 이 음반들 중 일부의 저작인접권, 즉 음반을 재발매할 권리가 음반사 예전미디어에 있으며 신중현은 예전미디어와 사전 상의 없이 이 음반을 발매한 것이 문제가 됐다. 예전미디어는 이 음반의 유통을 맡고 있는 회사 포니캐년코리아에 "저작인접권이 우리에게 있으니 허락 없이 판매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고, 포니캐년은 이를 받아들였다.

신중현은 그러나 이 음반들에 대한 저작인접권이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음반들은 1990년대 초 폐업한 킹레코드에서 제작한 것들로, 킹레코드 사장이었던 킹박(본명 박성배)이 폐업과 함께 저작인접권을 자신에게 넘겼다는 것이다. 물론 저작권(작사·작곡가 권리)은 음반사와 상관없이 신중현이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예전미디어 측은 "킹레코드 폐업과 함께 우리가 대가를 지불하고 저작인접권을 사들인 음반들"이라며 "특히 장현 음반은 우리가 재발매했는데 똑같은 음반을 다른 회사에서 재발매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한국 대중음악의 거장인 신중현이 이 같은 분쟁에 휘말린 것은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없다시피 했던 1990년대 이전 한국 대중음악계를 상징하는 사건이다. 당시엔 신중현뿐 아니라 조용필·산울림 등 대부분의 뮤지션들이 '음반 1장당 얼마' 식의 정산을 받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 이 때문에 관록의 뮤지션들 대부분이 '정산도 못 받고 음반 재발매 권리도 없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