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세상이 너무 가벼워지자… 공자·플라톤을 찾는다

고전(古典)으로 돌아가자!

최근 우리 지식사회의 가장 큰 조류는 '동서양 고전 읽기'다. 특히 고전에 직접 도전하여 번역하거나 풀이하는 저자들이 늘어나고 중·장년층 독자층이 크게 늘면서 출판사들도 경쟁적으로 동서양 고전 재번역과 해설서 내기에 힘을 쏟고 있다. 이런 흐름은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한 강연으로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논어'의 경우 최근 2~3년 사이에만 10여종에 이르는 다양한 번역과 해설서들이 쏟아져 나왔다. 기업들이 '논어'에 담긴 지혜를 배우려는 움직임과 맞물려 기업경영과 '논어'를 연결시킨 책들까지 포함하면 그 종류는 셀 수 없을 정도다.

올해 들어서도 사마천의 '사기'(민음사) 번역으로 유명한 김원중 교수(건양대)가 알기 쉽게 풀이한 '논어'(글항아리)를 내놓았고 공자와 '논어'에 관한 연구서와 각종 번역서를 낸 신정근 교수(성균관대)는 40대에 초점을 맞춰 '논어'의 관련구절을 발췌하여 풀이한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21세기북스)을 펴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 알기 쉬운 '논어' 풀이로 유명한 배병삼 교수(영산대)는 지난달 '공자, 경영을 論하다'(푸르메)를 냈고 김근배 교수(숭실대)는 공자의 중용사상을 마케팅이론과 접목해 '마케팅을 공자에게 배우다'(리더스북)를 냈다.

동양고전이 '논어'에 집중된다면 서양고전은 비교적 광범위하게 주목을 받고 있다. 최장집 전 고려대 교수는 대학을 떠나 시민 상대의 고전강연에 나섰다. 최 교수는 3·4월 두 달간 한 신문사의 '시민대학' 강연을 통해 아리스토텔레스·마키아벨리·홉스 등의 정치사상을 현재 한국의 정치상황과 접목시키는 실험에 도전한다. 기업권력과 대중주의 사이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정치적인 것'의 의미를 재탐색한다는 취지다.

주일대사를 지낸 최상룡 고려대 명예교수는 최근 '중용의 정치사상'(까치)이란 책을 통해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에 담긴 지혜를 '정의는 중용이고 중용이 정의다'라고 요약하고 있다. 최 교수는 책에서 중용민주주의(meanocracy)라는 개념을 제기하면서 극단에 흐르는 우리 정치현실에 작은 처방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중 상대로 한 강연까지 확산
경박해진 사회에 대한 중·장년층들의 반작용
고전은 학문 기초이자 국가 운영의 밑받침 역할··· 붐 지속시킬 시스템 찾아야

자유민주주의 논객과 기업인을 거쳐 자기계발의 전도사로 활동해온 공병호씨(공병호경영연구소장)도 방향을 서양고전으로 틀었다. 곧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지혜를 정리한 두 권의 책을 펴낼 예정인 공 소장은 "앞으로도 계속 서양고전들을 직접 독파하면서 개인과 사회의 바람직한 관계에 대한 고전의 지혜를 추출해 책으로 낼 계획"이라며 "그것은 독자들을 위한 것임과 동시에 나 자신의 새로운 각성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동서양고전에 대한 이 같은 폭넓은 관심은 올해 초 홍정욱 의원이 시도한 새로운 형태의 기부출판에서도 확인됐다. 홍 의원은 플라톤의 '국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 '한글 논어', 최치원의 '고운집' 등 4권을 2000원대에 판매해 '대박'을 냈다. 5000권 한정판매이긴 했지만 발매 하루 만에 '완판'이라는 기록을 세운 것이다.

강원택 교수(서울대 정치학)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우리 사회가 최근 지나치게 가벼운 쪽으로 쏠려가는 데 대한 일종의 반작용으로도 볼 수 있다"며 "그러나 고전은 학문의 기초일 뿐만 아니라 사회와 국가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주는 밑받침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고전읽기 붐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성을 가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냄출판사 이혜진 편집장은 "최근 책을 많이 사는 연령대가 중·장년층이라는 조사에서 드러나듯 주 독자층으로 40대 이상이 부각되면서 이 연령대가 좋아하는 고전들이 더 주목을 끄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