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 '直指' 탄생지로 주목

우리나라 고인쇄 문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청주고인쇄박물관이 스무살 성년이 됐다.

1992년 3월 17일 문을 연 고인쇄박물관은 청주를 상징하는 대표적 문화시설이자 외지 관광객들이 꼭 들러야하는 전국적 관광명소로 발돋움했다. 불과 20년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 교과서에 소개될 정도로 널리 알려져 초·중·고교생과 대학생은 물론 한국 역사에 관심이 많은 학자, 일반인들이 꾸준히 찾아오고 있다. 단순한 박물관 시설을 넘어 한국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인 고인쇄술에 대한 학문적 연구와 현대적 계승을 위해 노력해왔고,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약칭 직지) 홍보에도 커다란 역할을 담당했다.

◇개관 20주년 학술회의 개최

고인쇄박물관은 개관 20주년을 맞아 16일 박물관 세미나실에서 기념식과 학술회의 등 다양한 행사를 열고 성년의 다짐,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이날 기념행사는 박물관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발전적 미래 모습을 모색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기념식에서는 박물관 개관 이후 현재까지의 발자취를 더듬고 성장의 의미를 기리기 위해 박물관 발전 유공자인 천혜봉 성균관대 명예교수 등 7명에게 감사패를 수여하고 청주시민의 고마운 뜻을 전달했다. 이어 1985년 당시 흥덕사지 발굴단장을 맡았던 김영진 청주대 명예교수가 '기록문화의 의의와 과제'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

학술회의에서는 '청주의 역사, 역사 속의 기록문화'를 주제로 역사학 및 고문헌 관련 국내 학자 14명이 모여 연구논문을 발표하고 토론했다. 학술회의는 청주와 관련된 기록물에 대한 개별적 연구결과와 그 제작배경이 되는 역사의 관계 고찰에 초점이 모아졌다.

◇청주공예비엔날레 단초 제공

고인쇄박물관은 직지의 간행지인 청주시 운천동 흥덕사지가 발굴되고 출토유물에 의해 학술적 가치가 입증되면서 건립됐다. 독일 구텐베르크 성경보다 70년이나 앞서 금속활자로 찍어낸 직지의 탄생지가 바로 흥덕사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를 계기로 전문 박물관을 만들게 된 것이다.

고인쇄박물관은 2001년 9월 직지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는 데 성공했고, 2004년부터 직지상을 제정해 시상하는 등 한국 고인쇄 문화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각종 국내외 전시, 학술행사, 교육활동, 독일 구텐베르크박물관을 비롯한 외국 인쇄박물관과 활발한 교류활동도 펴고 있다. 2007년에는 지식경제부로부터 '청주직지문화특구'로 지정받았다.

이와 함께 매년 직지축제를 열고 있으며,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7차례에 걸쳐 개최된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와도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공예비엔날레 개최의 모티브를 제공한 것이 바로 직지와 고인쇄박물관이다. 박물관 측은 청주시와 함께 직지 찾기 운동에도 심혈을 기울여왔다. 현재 직지는 프랑스 파리 국립도서관에 상·하권 가운데 하권 1부만 보관돼있다.

◇故 박병선 박사 추모전 열어

한편 고인쇄박물관은 다음 달 15일까지 '박물관 20년의 발자취와 박병선 박사 추모전'을 연다. 그동안 박물관이 걸어온 길을 생생한 사진과 설명으로 만날 수 있다. 1972년 직지의 존재를 세계에 처음 알린 재불 서지학자 고 박병선 박사의 유족으로부터 프랑스 국립도서관 신분증 등 유품 13종 22점을 기증받아 함께 전시한다. '직지 대모(代母)'로 불린 박씨는 프랑스 군대가 1866년 병인양요 당시 강화도에서 약탈해간 외규장각 도서의 존재도 알려 국내로 귀환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박 박사는 지난해 11월 83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고인쇄박물관은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무료 개방한다. (043)269-0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