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미역국은 수프?

최근 미국 뉴욕 맨해튼의 코리아타운에서 뉴욕 경찰들과 소고기구이를 먹을 기회가 있었다. 세 명의 미국인 경찰은 한국식 '바비큐'를 처음 먹어 본다며 즐거워했다. 불판이 달구어지기를 기다리는 사이 김치·도라지무침·어묵조림 등 반찬이 상에 차려졌다. 미국인들은 자신의 앞에 놓인 파절임을 보고 어리둥절해 하며 "이건 무엇이냐"고 물었다. 기자는 큰 고민 없이 "간장 소스를 뿌린 파(Scallion with soy sauce)"라고 답했고 그들은 "오케이"라며 젓가락을 들었다.

기자는 곧 무성의한 설명을 후회했다. 식전에 나온 야채를 당연히 샐러드라고 생각한 그들은 고기가 익기도 전에 파절임 한 접시를 뚝딱 비웠다. 잠시 후 종업원이 아무 설명 없이 파를 '리필'하고 사라졌다. 동석했던 한국계 경찰이 고기가 익은 후 무쌈에 고기를 한 점 얹고 파절임을 곁들여 싸 먹는 모습을 시연했다. 이 방법을 따라 파절임을 먹어본 후에 미국 경찰들은 "이렇게 먹으니 정말 맛있군요. 균형 잡힌 맛의 조화예요"라며 즐거워했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한 한국계 디자이너는 집에 미국인을 초대해 미역국을 냈다가 당황한 적이 있다고 했다. 국을 수프라고 생각했던 미국인은 다른 음식에 손도 대기 전에 국 한 그릇을 다 먹어버렸다. "'한국 수프'는 밥을 한 입 먹고 한 숟가락씩 떠먹는 것"이라는 뒤늦은 설명을 듣고 나서야 손님은 국 먹는 법을 이해했다고 한다.

코리아타운에서 한 중국계 여성 뉴요커에게 삼겹살을 대접했을 때의 일이다. 계산이 끝났는데도 그는 자리를 뜨지 못하고 초조해했다. 이유를 묻자 그는 많이 남아 있는 '사이드디시'를 남겨 두고 가기가 불편하다고 했다. 한상 가득한 반찬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그에게 "이건 반찬이라고 하는 것인데, 식당에서 보통 푸짐하게 주기 때문에 싹 비우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집에서 어떻게 먹을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안 되겠다"면서 남은 반찬을 상추와 고추까지 모두 포장해 갔다.

외국인에게 한식의 구조를 설명하는 일은 쉽지 않다. 우리가 당연하게 아는 반찬·국·찌개 같은 요소들을 외국인은 낯설게 여긴다. 새로운 맛을 탐닉하는 뉴요커들은 한식이 몸에 좋고 맛있다고 하면서도 먹는 법을 잘 모르겠다고 토로한다. 그들을 한식당에 초대하는 한국인은 물론 코리아타운의 한식당 종업원도 미국인에게 한식 밥상의 구조를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는 탓이다.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는 뉴욕의 코리아타운에도 그대로 적용돼 대부분의 종업원은 식탁 위에 요리를 순식간에 차려놓고 바쁘게 자리를 뜬다.

세계적인 레스토랑 안내서인 프랑스의 '미슐랭 가이드'에서 한식당 최초로 별 한 개 등급을 받은 뉴욕 한식당 '단지'의 김훈이 셰프는 "종업원들이 음식을 내며 재료와 먹는 방법을 상세히 설명하는 일식당과 달리 한식당 종업원들은 손님들이 알아서 먹으라는 듯 요리를 상 위에 두고 간다"고 지적했다. 이국적인 요리를 즐길 때, 사람들은 문화를 공유하길 원한다. "맛있으니까 드세요"라고 한식을 무작정 들이밀기 전에 한식의 언어와 구조를 외국인에게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기 위한 준비가 한식 세계화에서 우선돼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