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M(기업형 수퍼마켓) 생필품 가격, 가락시장(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만큼 싸진다면…

대형마트가 주도하던 가격 할인 경쟁에 SSM(기업형 수퍼마켓)이 가세했다. 롯데슈퍼는 19일 "오는 21일부터 채소를 중심으로 20종의 신선식품을 1년 내내 상시 할인판매한다"고 밝혔다. 롯데슈퍼 관계자는 "대형마트나 다른 SSM 업체보다 가격을 15~20% 낮출 것"이라며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의 소매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롯데슈퍼의 할인 정책은 다른 SSM 업체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업계는 앞으로 SSM업체와도 '최저가 경쟁'을 펼쳐야 할 판이다. 유통업계가 치열하게 가격 경쟁을 벌일수록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온다. 대형마트와 SSM, 그리고 전통시장 중 어느 곳에서 가장 알뜰한 쇼핑을 할 수 있을까. 본지가 19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와 SSM 각각 1곳, 전통시장 2곳에서 주요 생필품 22종의 가격을 조사했다.

◇불편 감수한다면 전통시장이 싸

전통시장은 전체 조사품목 22개 중 9개 품목에서 대형마트나 SSM보다 가격이 저렴했다. 야채 중에는 양파(2㎏·1500원)가 대형마트보다 30% 이상 저렴했다. 할인 행사 중인 한우 불고기 100g을 가장 싼 2500원에 살 수 있었다.

◇롯데슈퍼, 할인 경쟁 뛰어들어

롯데슈퍼가 21일부터 인하되는 가격을 적용하니 채소 11개 품목 중 7개 품목이 SSM에서 가장 싸게 살 수 있었다. 깐마늘(500g·2990원)은 대형마트보다 38% 저렴한 가격이고 풋고추(100g·1490원)도 다른 유통채널보다 20% 이상 가격이 낮아진다. 이를 위해 유통구조를 단순화하고, 2차 포장에 드는 비용 등을 줄여 원가를 줄였다는 설명이다. 롯데슈퍼 관계자는 "SSM 상품이 대형마트보다 비싸다는 선입견을 바꾸겠다"며 "채소에 이어 청과·수산·축산 등 다른 신선식품까지 할인 대상 품목을 넓히겠다"고 말했다.

그래도 애호박과 양파는 전통시장, 시금치와 양배추는 대형마트에서 가장 저렴하게 살 수 있었다. 신선식품을 제외하고 대형마트가 가장 저렴한 품목은 참치 통조림(2160원)과 서울우유(2300원) 정도였다. 국내 대형마트 3사가 강조하는 '상시 최저가 판매'와 상반된 결과였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전통시장에서 유독 싸게 판매하는 공산품은 대리점 같은 중간 유통상이 실적을 채우기 위해 밀어내기 식으로 '땡처리'하는 상품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가공식품이나 주방세제·치약 같은 생활용품도 전통시장이 더 쌌다. 대형마트와 SSM에서 똑같이 3170원에 파는 농심 신라면(5개 들이)이 전통시장에서는 3000원이었다. 신라면 1개의 권장소비자가격은 780원. 농심 관계자는 "유통채널에 상관없이 신라면 출고가는 똑같지만, 소매점에서 얼마나 마진을 챙기느냐에 따라 판매가격이 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상 청정원 순창고추장 1㎏은 8000원으로 대형마트 판매가격(1만1250원)보다 30% 가까이 저렴했다. 영등포시장에서 식료품을 파는 한 상인은 "고추장 1통에 300~500원 남기면서 팔아도 손님이 안 온다"며 "가격 비교도 안 해보고 무조건 시장은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통시장은 가격이 싼 대신 불편함도 있었다. 한 전통시장에선 정육점 10곳을 돌아다녔지만, 한우를 판매하는 곳을 찾을 수 없었다. 신선식품의 원산지 표시가 불분명한 것이 많았고, 우유 파는 곳을 찾지 못해 시장을 몇 바퀴 돌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