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경제 회복 조짐에 금융株 모처럼 화색

주식시장에서 '문제아' 취급받던 금융주(은행·금융지주)에 최근 화색이 돌고 있다.

금융주는 지난해 유럽 재정 위기가 맹위를 떨칠 때만 해도 주가가 속수무책으로 추락했다. 금융 업종은 대내외 경기 변동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는 탓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유럽 재정 위기가 한풀 꺾이고 미국 경기가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면서 금융주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이 바뀌기 시작했다. 미국 대형 은행들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시행한 스트레스 테스트(재무 건전성 심사)를 대부분 통과한 점도 국내 금융주에 호재로 작용했다.

◇올해 강세 이어가는 국내 금융주

1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은행 업종 지수와 금융 업종 지수는 각각 1.1%, 0.9% 오르며 업종 상승률 상위에 올랐다. DGB금융지주는 5% 넘게 오르며 1만7250원에 마감했다. 전북은행은 4% 넘게 올랐고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한국외환은행은 각각 1%대 상승했다.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는 각각 장중 2%대 오르기도 했으나, 신한금융지주는 보합으로, KB금융지주는 0.2% 하락해 거래를 마감했다.

금융주는 올 들어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연초 이후 주가 상승률이 45%에 달한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도 각각 20%대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하며 코스피지수(12.1%) 보다 훨씬 나은 성과를 올렸다.

UBS증권은 "최근 한국 은행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심리가 개선됐다"며 "전 세계적으로 자금이 풍부하게 풀린 상황에서 한국 금융주가 경기 민감주로서의 수혜를 누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올해 기관 투자자들의 금융주 매수가 눈에 띈다. 올 들어 기관 투자자들은 우리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주식을 각각 2115억원어치, 160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두 회사는 기관 투자자의 올해 순매수(금액 기준) 상위 5~6위에 올랐다.

유상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은행주 가격이 낮게 평가돼 있기 때문에 국내 기관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해외에서 불어오는 훈풍

전문가들은 유럽과 미국의 경제 상황이 차츰 정상화되면서 국내 금융주에 숨통이 틔었다고 분석한다.

작년 유럽 재정 위기가 한창일 때 유럽 국가들과 미국의 주요 은행들은 신용등급이 줄줄이 하향 조정되는 신세에 처했다. 이들 은행이 그리스 등 부도 위기에 처한 국가들에 빌려준 자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들 은행이 우리나라 등 해외 기업과 금융회사에 빌려준 자금을 급격히 회수할 것이란 우려가 커졌고 이 과정에서 국내외 금융주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그러나 최근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 제공이 확정되고 그리스와 민간 채권단이 국채 교환 조건에 합의함에 따라 대규모 자금 회수로 인한 신용경색에 대한 우려는 다소 줄었다.

구경회 현대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미국 국채와 일본 엔화로 대표되던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옮겨가는 추세"라며 "이런 시기에는 금융주가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금융주 강세도 국내 금융주에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시행한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지난주 19개 대형 은행 중 15곳이 통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은행들의 자금 상태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한층 가라앉았다. 스트레스 테스트에 합격한 은행들은 주주들에게 지급하는 배당금을 늘리고 자사주를 취득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호재로 삼아 미국 증시에서 금융주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S&P500 지수 중 금융 업종 지수는 올해 21%가량 오르며 지수 내 10개 업종 중 상승률 1위에 올랐다.

전재곤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형 은행들이 배당금 증액과 자사주 취득 등을 통한 주주 환원 정책을 강화할 경우 금융주 강세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