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3.21 03:05

[부모의 눈물로 울리는 웨딩마치] [5] '예단전쟁'에 멍드는 사랑

한동안 합리화되는 듯하다 최근 다시 치솟은 게 예단·예물·혼수 비용이었다. 본지가 결혼정보회사 선우에 의뢰해 전국 신혼부부 310쌍을 조사한 결과 ①신부 집에서 신랑 집으로 가는 예단(평균 1249만원) ②신랑 집에서 신부 집으로 오는 예물(1171만원) ③신혼집 채우고 꾸미는 혼수(1618만원)가 4000만원이 넘었다. 특히 예단과 예물은 2003년 사상 처음으로 각각 1000만원을 넘긴 뒤 줄어들거나 최소한 늘지는 않는 양상을 보이다 올해 다시 'V자 그래프'를 그리며 고개를 치켜든 것으로 나타났다. 3년만에 예단은 34%, 예물은 40% 오른 것이다.

전체 결혼비용 가운데 신혼집·살림살이·예식비용은 많든 적든 '어차피 지출해야 할 항목'이다. 때문에 갈등도 적다. 선우 조사 결과, 최근 5년간 집값이 크게 올랐는데도 신혼집 마련을 둘러싼 갈등은 오히려 줄어들었다(21.1→13.9%). 혼수 갈등도 큰 변동이 없었다(8.9→8.7%).

예단과 예물은 좀 다른 문제다. 우선 집이나 살림살이처럼 꼭 필요한 항목이 아니다. 또 집값처럼 개인이 어쩔 도리가 없는 항목과 달리, 예단과 예물은 당사자끼리 뜻만 맞으면 얼마든지 조촐하게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최근 5년간 예단·예물은 돈은 돈대로 쓰면서 갈등도 따라서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예단 15.8→18.7%, 예물 13.2→16.8%).

왜 예단과 예물이 다시 기승을 부리는 걸까? 성균관대 소비자가족학과 조희선 교수는 "전통적으로 남자가 집을 마련하는 것이 상식으로 되어 있는데, 집값이 하도 오르다 보니 남자 쪽 가족이 '여자가 그만큼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느끼게 된 것 같다"고 했다. 집값이 오른 만큼 양가가 분담하고 예단과 예물을 없애는 게 합리적인 해결책이건만, 적지 않은 가정에서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이처럼 예단·예물 부담이 커지는 것이 개인의 고통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에 '마이너스'가 된다는 점이다. 서울대 사회학과 장덕진 교수는 "그렇지 않아도 사회 전반에 상대적 박탈감이 만연하다"면서 "젊은이들이 아예 결혼을 포기하는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조선닷컴

시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