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작가 11명이 쓴 '디킨스' 올 하반기 韓·英서 동시 출간

올해는 영국 작가 찰스 디킨스(Dickens 1812~1870·사진)의 탄생 200주년. '셰익스피어 이후 최고의 영국 작가'로 꼽히는, 세계인이 사랑하는 소설가다. 영국 문화원 후원으로 한국의 30~40대 대표적 작가 11명이 디킨스를 모티프로 각자 단편을 써서 올 하반기 한국과 영국에서 동시 출간한다. 김경욱 김연수 김중혁 박성원 배명훈 백가흠 윤성희 정이현 최제훈 하성란 한강씨가 그 이름이다.

'올리버 트위스트' '크리스마스 캐롤' '위대한 유산' '데이비드 코퍼필드'로 익숙한 디킨스는 19세기 산업혁명의 '부작용'에 시달리는 영국인들을 소설에 등장시켰다. 카메라가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 카메라보다 더 생생한 묘사로 런던의 뒷골목 풍경을 그려냈던 첫 작품 '보즈의 스케치' 이후 그는 밑바닥 노동자의 애환과 세상의 모순을 날카롭고도 사실적으로 전달한 작가로 이름났다.

영국은 그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자국 문화원을 통해 풍성한 행사를 펼친다. 연극, 음악회, 낭독회 등 나라마다 다양한데, 한국에서는 단편집을 펴내기로 한 것. 디킨스가 계기가 되기는 했지만, 주제는 자유롭다. 디킨스 소설을 패러디해도 좋지만, 디킨스와 직접 관계가 없더라도 '디킨스적 시선'이면 가능하다.

소설가 김연수는 '디킨스적 시선'을 이렇게 정의했다. "소외받고 고통받았던 존재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정조는 유머."

그는 "이벤트성 기획이기는 하지만, 작가의 그 시선이 좋아서 동의했다"면서 "비록 하류계층 고아라 할지라도 사회의 도움을 받으면 신사로 성장할 수 있다는 이 작가의 긍정적 시선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지난해 '한국일보문학상'을 받은 작가 최제훈은 "인간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모두 다 놓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작가"라고 디킨스를 평가했다. 그의 집필 계획은 '크리스마스 캐롤'의 패러디다. 작가는 "원작에서는 스크루지 영감이 반성하면서 끝을 맺는데, 인간이 어디 그리 쉽게 바뀌는 존재인가"라고 되묻더니, "반성 1년 뒤 크리스마스 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그려보고 싶다"고 했다.

이번 주말에는 영국문화원과 문지문화원 사이의 공동기획으로 행사도 열린다. 23일에는 영국 작가 리처드 T. 켈리와 연세대 윤혜준 교수 등이 참여해 대화를 나누는 '아티스트 토크', 24~25일에는 이 기획에 참여하는 한국 작가들이 서울과 인천의 도시 뒷골목을 걷는다. 19세기 대도시 풍경을 생생하게 그려냈던 '보즈의 스케치'와 '두 도시 이야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기획이다. 24일에는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처럼 종로와 청계천 등을 따라 걷고, 25일에는 19세기 흔적과 그 변화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 인천역 인근 근대 건축물을 탐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