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세계화, 전시성 행사뿐… 지구촌에 창작 한식 公募하자"

'한식 세계화 전도사'로 알려진 조태권(64) 광주요그룹 대표가 최근 정부의 한식 세계화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의 책 '문화보국'(文化報國·김영사)을 펴냈다. 조 대표는 "한식 세계화의 가능성과 방향을 보여주겠다"며 2003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한식당 '가온'을 열었고, 2007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에서 자비를 들여 한식과 나파 최고급 와인을 함께 낸 '나파 만찬' 행사를 열기도 했다.

15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난 조 대표는 먼저 '문화보국론'을 들고 나온 데 대해 "20세기에는 산업보국(産業報國), 즉 산업화를 통해 부를 축적했지만, 21세기는 문화가 상품으로 국경을 넘나드는 시대이다. 따라서 한식을 포함해 문화 상품을 세계에 팔아 먹고살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책에서 정부의 한식 세계화 정책을 겨냥, "정부 부처들이 중복되는 사업을 벌여 낭비가 심했고 효율성이 기대 이하였다"고 썼다. "한식 세계화가 국내에서 초점이 된 초기에는 여러 단체나 (정부)위원회에서 내가 필요했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슬그머니 나는 제외되고 말았다"고도 했다. 이런 주장의 배경을 묻자 "2007년 나파 만찬으로 한식 세계화가 이슈가 됐고, 2008년 정부 정책이 됐고 정부 기금 3000억원이 책정됐다. 그러나 행사를 위한 행사, 일회성 이벤트만 있었다. (관료들이) 실적 위주로 과시해야 했기 때문이다. 내가 이런 한식 세계화 방향에 반대하자 나를 배제한 것이다. 한식 세계화를 한다면서 지금까지 1000억원이 없어졌다. 그 돈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한식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영부인이 앞장서 한식 세계화를 추진한 만큼 현 정권이 끝나면 한식 세계화도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게 사실. 이에 대해 조 대표는 "한식 세계화는 현 정권이 끝나도 계속돼야 한다"면서 "세계 식품 산업은 2030년 시장 총규모가 1경(京·1만조)원에 이를 것이며, 외식 시장이 이 중 절반인 5000조원을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된다. 산업화를 위해 경제기획원이 만들어진 것처럼, 정부가 확실한 마스터플랜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조 대표가 생각하는 한식 세계화 방향은 무엇일까. 그는 책에 "한식은 현대적 감각과 철학으로 재창조돼야 생명을 얻는다"고 썼다. 그의 설명. "문화는 우리 생활의 변화와 함께 항상 진화한다.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있다. 현재성을 갖추지 못한 문화는 외면당한다. 한식도 마찬가지다. 지금 우리가 전통 한식이라고 하는 음식은 대부분 만들어진 지 100여년에 불과하다. 새로운 전통 음식을 창작해야 한다."

조 대표는 이런 배경에서 "정부 주도로 국제 공모전을 열어 한국인은 물론 전 세계인이 한식을 오늘날에 맞게 재해석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최고급 식당부터 포장마차까지 5개 정도 등급으로 나눠 음식, 종업원 유니폼, 식기구 등 한식 관련 의·식·주 전반을 한국인은 물론 전 세계인이 응모하도록 하고, 등급별로 대상·금상·은상·동상을 주면 20가지 모델이 창조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정부는 그 결과를 가지고 서울 강북과 강남에 20가지 모델을 반영한 식당을 여는 것이다. 대기업은 해외 대도시에 최고급 한식당을 내면 자연스럽게 한식을 해외에 알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