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풀리고 유가 오르니 조선株 급등

"(투자 포트폴리오에)더 많이 담지 않아 아쉬운 업종이다."(A 외국계 운용사 매니저)

작년 유럽 재정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던 조선주가 올 들어서는 기지개를 켜고 있다.

◇업황 기대 이상…조선주 큰 폭 상승

올해 조선주 주가 상승률은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뛰어넘는다. 올 들어 STX조선해양은 45.9% 상승했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다른 조선주의 연초 이후 주가 상승률도 40~44%에 이른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11.8% 상승했다.

거침없는 조선주 상승세의 배경에는 업황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작년에는 유럽 재정위기 때문에 유럽 선주(船主)들이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지리라는 우려에 조선주는 맥을 못 추었다.

선사가 배를 발주하는 비용의 80% 이상은 은행 대출을 통해 나온다. 이 때문에 금융위기로 선박을 발주할 돈을 제대로 구하기 어렵다는 걱정이 컸었던 것이다. 중도금 연기나 납기 연기에 대한 우려감도 있었다. 작년 하반기 동안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주가는 각각 45.9%, 42.5%씩 하락했었다. 이 우려감은 올해 초까지 이어져 업황 개선이 어렵다는 시각이 많았다.

상황이 바뀐 것은 유럽은행에 공급하는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이 도입돼 시중에 자금이 풍부해지면서부터다. 전재천 대신증권 연구원은 "자금이 풀리며 우려감이 진정됐고, 덕분에 주가 하락 요인도 해소됐다"고 말했다.

UBS증권의 강승훈 이사는 "유럽 위기가 더이상 확산되지 않으면서 조선업체에 주문량이 늘고 있다"며 "우려보다 유럽 상황이 괜찮기 때문에 조선업종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UBS증권은 지난 16일 올해 유럽지역 GDP 성장률 예상치를 -0.7%에서 -0.4%로 올려잡았다. 최광식 LIG투자증권 연구원도 "금융 경색과 해운 시장 조정이 끝나가는 신호가 보이고 있다"며 "2분기부터 업황이 개선되리라는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유가 오르자 해양플랜트 발주 증가

유가 상승도 조선주에는 오히려 호재다. 셰브론, 토탈 등 세계 주요 정유사들이 유가 상승세에 힘입어 해양에 있는 석유, 천연가스 등을 뽑아내려는 작업이 한창인데 이것이 해양플랜트 매출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컨테이너선 등 상선 매출 비중이 컸던 과거와 비교해 최근 조선사들의 수익에서 해양플랜트 관련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늘고 있다. 컨테이너선과 비교해 해양 생산설비, 시추 설비 등은 고부가가치로 수익이 더 남는다.

또 20억달러 이상의 대규모 수주가 두 건 일어난 것도 힘을 보탰다. 올해 들어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각각 조 단위 규모의 계약을 따냈다. 이 때문에 예상보다 조선업종 업황이 괜찮다는 안도감이 커진 것.

유재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심해(深海) 석유를 시추하는 비용을 맞추기 위한 적정 유가 수준은 90달러인데, 최근 유가는 100달러 위"라며 해양플랜트 작업 발주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두바이유는 올해 들어 꾸준히 100달러 위에서 거래되고 있고, 지난 14일에는 배럴당 124.02달러를 찍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해운주도 상승하고 있다. 최근 해운주는 운임상승이라는 호재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여기에 장기적으로는 해운주와 조선주 주가가 함께 움직인다는 기대도 일부 있다. 해운 업황이 좋아지면 선사 입장에서는 배가 더 필요하게 되고, 이는 선박 발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20일 기준 한진해운은 올해 들어 52.4%, STX팬오션은 32.4% 상승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조선사는 해양 플랜트만으로는 매출을 일으킬 수는 없는 구조"라며 "장기적으로 조선주와 해운주는 함께 움직이는 것이 보통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