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기 둔화 전망에 철강株 급락

세계 주요국 증시에 중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경고음이 세게 울렸다. 20일(현지시각) 미국 증시와 유럽 주요 증시는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악재로 작용해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우리 증시도 예외는 아니어서 21일 코스피지수는 이틀 연속 하락하며 2020선으로 물러났다. 사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철강금속 업종과 기계, 화학 업종이 증시 하락을 주도했다.

◇중국 철광석 수요 정체로 경기 둔화 우려 엄습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철강·금속 업종 지수는 2.3% 내리며 업종 하락률 1위를 기록했다. 대한제강과 세아제강이 6~7%씩 하락했고 풍산과 현대제철은 3% 넘게 내렸다. 철강 대표주인 포스코는 2.2% 하락했다.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가 철강·금속 업종을 동반 매도했다. 기관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040억원어치 순매도(매수한 금액보다 매도한 금액이 더 많은 것)한 가운데, 철강·금속 업종만 647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그중에서도 기관은 현대제철과 포스코를 각각 252억원, 171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외국인도 철강·금속 업종을 218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이처럼 철강주가 약세를 보인 것은 세계 최대 광산업체들이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은 영향이 컸다. 호주 광산업체인 BHP빌리턴의 이안 애쉬비 철광석 부문 대표는 호주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 참석해 "중국의 철광석 수요가 정체되고 있다"며 "중국의 연간 철광석 수입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지난 8년간 중국의 철광석 수입량은 평균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보였다. 세계 최대 철광석 소비국인 중국의 철광석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예측 때문에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에 대한 불안이 커졌다.

UBS증권은 "철강·금속 시장에 자리 잡은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아시아 지역 철강·금속 업체들의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 것"이라며 "계절적 성수기에 접어들고 있다 해도 업종 전망이 좋아지는 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UBS증권은 대만 차이나스틸, 일본 고베스틸과 함께 현대제철을 철강주 중 비선호주로 꼽았다.

◇중국 비중 큰 업종들 약세

중국 경제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는 화학 업종과 기계 업종에도 반영됐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화학 업종 지수와 기계 업종 지수는 각각 1.3%, 1.0% 내리며 업종 하락률 상위에 올랐다. 국제 유가 하락까지 겹쳐 화학 업종 중 S-Oil은 3.3%, 호남석유화학은 3.0% 내렸다. 기계 업종 중에는 두산인프라코어가 3% 넘게 하락했다.

철강·금속 업종과 함께 이들 업종은 중국 정부가 이달 열린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정책 방향을 제조업 중심의 성장에서 내수 중심의 성장으로 바꾸면서 위축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달 들어 호남석유화학과 포스코의 주가는 각각 13%, 6% 하락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7.5%로 낮추며 '바오바(8% 성장률)' 정책을 포기했다. 앞으로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중국에 진출한 국내 소비재 관련업체들이 수혜주로 거론되기도 했으나 이날은 대체로 하락했다. 화장품 기업 아모레퍼시픽과 에이블씨엔씨는 각각 3.3% 내렸다.

다만 중국 정부가 내수촉진 정책을 활발히 펼칠 것이기 때문에 중국 소비 관련주에는 관심을 가질 만하다는 의견도 있다. 윤항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4월 2일~5월 4일이 처음으로 '소비촉진의 달'로 지정됐다"며 "대형 유통업체들의 가격 할인과 금융비용 면제로 소비 판매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연구원은 "계절적으로 소비 성수기인 데다 2분기에 내수를 늘릴 후속 정책들도 예정돼 있다"며 가전·자동차 등 대형 내구소비재뿐만 아니라 의류·화장품·음식료 등 필수소비재를 만드는 회사들을 중국 소비 증가의 수혜를 누릴 분야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