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있는 집값 하락… 주택증가율, 가구의 1.5배

2008년 이후 주택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통계청이 21일 주택공급 증가속도가 수요증가 속도를 앞지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결과를 내놓았다. 1995~2010년까지 주택·인구·가구 수 증가율 추세를 분석해 봤더니 주택수요 기반이 되는 인구와 가구 수 증가율보다 주택 공급이 1.5~5배쯤 더 빠르게 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택시장 전문가들은 서울·수도권은 지방과 달리 여전히 주택보급률과 자가(自家)보유율이 크게 떨어지고 연간 멸실(滅失) 주택이 10만여 가구를 넘는 점을 감안할 때 공급이 수요보다 더 많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주택증가 속도 빨라 집값 하락"

통계청은 21일 '인구·가구 구조와 주택수요 변화' 자료를 통해 "1995~2010년 주택은 511만 가구(53.4%), 가구는 438만 가구(33.8%), 인구는 397만명(8.9%)이 각각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주택의 증가 속도가 인구나 가구 수가 늘어나는 것보다 각각 5배, 1.5배가량 빠르다는 얘기다.

통계청 조사는 집값이 연도별로 사이클을 타기는 하지만 추세적으로 볼 때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는 장기트렌드에 따라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근본적으로 집을 필요로 하는 수요가 예전처럼 많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주택은 5년 단위로 10%대가 넘는 증가율을 기록했다. 인구는 1995년 이후 2~3%대 증가에 머물렀다. 1~2인 가구가 늘어 그나마 가구 수는 2005년까지 두자릿수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그 폭은 주택증가율에 못 미친다. 통계청은 "1990년대에도 주택증가율이 높아 집값이 억제됐다"면서 "1기 신도시가 입주한 1995년 이후 주택공급이 30% 이상 늘면서 집값도 하락세를 이어갔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 등은 여전히 공급부족"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공급이 많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지역별로 사정이 다르다는 주장. 주택산업연구원 남희용 원장은 "지방은 주택보급률이 110~120%를 넘는 곳이 많아 공급과잉 현상을 빚지만, 서울은 100%를 밑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집값 하락은 수요자 니즈(needs)가 중대형에서 소형주택으로 바뀌었지만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 생긴 이른바 '미스매치(miss match)'가 큰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도 있다. 부동산114 김규정 리서치센터장은 "소형 주택은 지역에 관계없이 집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미분양됐거나 안 팔리는 주택은 대부분 중대형"이라고 말했다.

국토해양부도 재개발·재건축 등으로 헐리는 주택이 연간 10만 가구를 넘고 집을 갈아타는 이른바 '교체수요' 등을 감안하면 당분간 연간 40만 가구 이상 공급돼야 집값이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1~2인 가구 급증…내집 떠나 전세 살기

이번 조사 결과 1~2인 가구와 배우자가 없는 가구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에는 4인 가구가 전체의 31.7%로 비중이 가장 높았다. 다음은 3인 가구(20.3%)였다. 하지만 2010년에는 2인 가구(24.3%)와 1인 가구(23.9%)가각각 1, 2위를 기록하며 전체의 절반에 육박했다.

30~40대 이혼 증가와 청년층 만혼 현상, 고령자의 사별이 늘면서 배우자가 없는 가구의 비중도 1995년 22.4%에서 2010년 33.4%로 늘었다.

주택경기 침체로 안 팔리는 자기 집은 세주고, 본인은 다른 곳에서 전·월세로 사는 경우도 2005년 74만7000가구에서 2010년 123만9000가구로 크게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