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기둔화… 신흥국 증시 흐름 엇갈려

올해 들어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한풀 꺾이고 미국의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면서 세계 증시가 오르고 있다.

그러나 이 중에서도 명암은 갈리고 있다. 선진국에 비해 신흥국들의 증시가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신흥국 내에서도 증시의 상승률이 서로 차이를 보였다. 대체로 자원 수출 비중이 많은 신흥국들이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자원부국 중에서도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로 일부 아시아 신흥국들은 크게 상승하지 못했다.

◇자원 수출 비중 높은 러시아·브라질 많이 올라

러시아 증시는 올 들어 22.1% 상승했다. 브라질 증시는 17.8%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증시의 규모가 작아 변동 폭이 큰 베트남(상승률 26.8%) 등을 제외하면 이 두 나라 증시의 상승률은 주요 신흥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인도 증시가 13.9% 올랐고, 싱가포르(13.6%), 홍콩(13.1%), 대만(12.9%), 한국(11%) 등이 뒤를 이었다.

러시아 증시의 강세는 최근의 유가 오름세와 관련이 깊다. 올 들어 유가가 크게 오르자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이 풍부한 러시아 증시로 투자자금이 많이 유입된 것이다. 올 들어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각각 8.5%, 15.7% 올랐다.

러시아는 전체 수출에서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75%에 이른다. 러시아 증시에서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관련 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50%를 넘는다.

브라질 증시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 역시 원자재 가격 상승이다. 석탄과 구리 등 브라질이 생산하는 주요 광물 가격이 오르면서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한 브라질의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커졌다. 또 브라질이 원자재를 주로 수출하는 미국의 경제가 올해 들어 개선되고 있는 점도 호재가 됐다.

◇中·인도네시아 등은 상승세 저조

반면 같은 자원 부국임에도 인도네시아 등 일부 아시아 신흥국들의 성적은 저조했다.

올 들어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본격화되면서 중국 경제에 영향을 받기 쉬운 아시아 증시 역시 뚜렷한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증시 중에서도 중국 증시의 상하이종합지수는 올 들어 8.1% 오르는 데 그쳤다. 최대 수출지역인 유럽의 재정위기로 수출이 감소하면서 제조업 경기가 위축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자원소비국인 중국의 경기둔화로 중국에 대한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은 일부 신흥국의 증시 역시 저조한 상승률을 기록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올해 중국의 경기둔화로 철광석 등 주요 수출광물들의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증시 상승률이 5.6%에 머물렀다.

◇러시아·브라질 강세 지속에는 의문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브라질 증시와 중국 등 다른 신흥국 증시의 상승률 차이가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내릴 경우 두 나라 증시 역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러시아의 경우 최근 유가의 상승 흐름이 주춤한 모습을 보이면서 지난 16일부터 4일 연속으로 증시가 하락했다.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가격 안정을 위해 원유를 증산하겠다고 나서면서 유가는 점차 안정을 찾고 있다. 브라질 증시도 철광석과 구리 등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면서 이달 들어 오름세가 점차 꺾이고 있다.

이석진 동양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경기 둔화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최근 러시아, 브라질 증시와 다른 신흥국 증시의 상승률 차이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