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수도권 주택거래 최악… 이사업체도 한숨

"몸이 부서져도 좋으니 이사한다는 손님만 있으면 소원이 없겠어요. 올 들어 이사를 3건 했는데 트럭·사다리차 할부금 내고 나면 생계가 막막합니다."

서울 용산구 Q이삿짐센터 허모(48) 사장은 올 들어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일주일에 2~3일씩 날품을 팔고 있다. 손님이 뚝 끊기면서 생계를 위해 시작한 일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 달에 5~6건씩은 꼬박꼬박 이사 의뢰가 들어왔지만 작년 연말부터 이사 손님이 뚝 끊겼다. 이삿짐센터에서 고정적으로 일하던 허씨와 부인, 남자 직원 2명이 반(半)실업자 신세가 됐다.

주택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이삿짐업체와 도배업체, 인테리어업체 등 주택시장과 연관된 자영업이 고사(枯死) 위기에 처했다.

2월 수도권의 주택거래 건수(아파트, 단독 등 모든 주택 포함)는 3만385건(국토해양부). 작년 2월에 비해 36.8% 감소했다. 이전 3년 평균에 비해서도 22.8%가 줄었다. 특히 수도권의 2월 아파트 거래 건수는 1만2697건에 불과해 작년보다 무려 44%가 줄어들었다.

주택시장과 연관된 자영업자의 생계 전선도 비상 상황이다. 서울 송파구 잠실에서 도배·창호업체를 함께 운영하는 최모(57) 사장은 지난해 말 직원 2명을 해고했다. 108㎡(약 33평)짜리 아파트 도배를 하면 적어도 100만원, 좀 비싼 벽지를 쓰면 150만원까지 벌 수 있었다. 하지만 최씨는 "2월 말부터 본격적인 봄 이사철이 시작됐는데도 아직도 도배공사를 한 건도 못했다"며 "벌어 놓은 돈을 까먹고 사는 처지여서 직원 월급은 고사하고 사무실 임대료도 감당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서 30㎡(약 9평) 크기의 점포에서 소규모 인테리어업을 하는 김모(43)씨는 작년 말부터 개점 휴업 상태다. "1월 초에 딱 한 건 공사해 보고 3개월째 놀고 있어요. 공휴일에도 아파트 단지에서 이사 들고 나는 집을 거의 보기 힘들어요."

이삿짐센터도 어렵다. 작년과 재작년에는 서울 전세금이 급등하면서 싼 전셋집을 찾아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로 이주하는 수요가 제법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이런 전세 이주 수요마저 줄었다. 전세금이 올 들어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면서 기존 집주인과 재계약하는 비율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시장 전문가들은 주택경기 침체는 건설업계뿐 아니라 다른 연관산업에도 영향을 미쳐 서민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남희용 주택산업연구원장은 "집값이 하락하면 서민들의 주택 구입비는 줄어들겠지만, 연관산업 현장에서 먹고사는 서민 경제는 타격을 받기 마련"이라며 "정부가 과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주택경기 회복 대책을 꾸준히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