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얼마 안남았다면… 정기예금·채권 등 안정성에 무게"

"지금까진 퇴직금을 자녀 교육비나 생활비 등의 이유로 중간정산해서 한꺼번에 소진한 경우가 많았죠. 하지만 7월부터는 아주 특별한 예외를 제외하곤 퇴직금 중간정산이 원천 차단됩니다."

허승택 NH농협은행 퇴직연금부장은 최근 머니섹션M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직장인들의 노후 대비를 위해 법률을 개정하면서 7월부터 퇴직연금 제도가 대폭 달라진다"면서 "앞으로 달라진 퇴직연금 제도를 어떻게 활용해 나가느냐에 따라 은퇴 이후 생활의 승패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말했다.

NH농협은행 퇴직연금본부는 이달 초 농협은행이 새로 출범하면서 신설된 독립 부서다. 현재 37만명에 달하는 가입자를 관리하고 있으며, 수탁고도 2조원을 웃돈다. 올해 목표는 이를 3조원까지 늘리는 것이다.

허 부장은 "퇴직연금 중간정산이 아주 금지된 것은 아니고, 가령 무주택자가 주택마련을 하거나 부양가족이 6개월 이상 질병으로 요양, 천재지변, 개인 파산 등 일부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서는 퇴직금을 중간에 정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모든 금융회사들이 퇴직연금을 판매하지만, 농협은행은 은퇴한 후에도 생활이 안정될 수 있도록 종합적인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면서 "귀농 생활을 결심한 은퇴자에겐 농촌 지역의 조합들이 보유하고 있는 농지와 연결시켜주는 프로그램도 곧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퇴직연금 가입자에게 주말농장을 2000여곳 분양해 줬다고 한다.

◇임금상승률 높으면 DB형, 이직 잦으면 DC형

그렇다면 퇴직연금은 어떻게 고르는 게 좋을까? 퇴직연금은 기존 퇴직금과 비슷한 확정급여형(DB형)이나 근로자가 자기주도하에 퇴직금을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형) 등 2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허 부장은 "DB형의 경우 기업이 운영하고 위험도 감수해야 하는 반면, DC형은 퇴직금을 근로자 책임하에 운영하게 된다"며 "DB형은 사업체가 커서 관리 능력이 있는 곳의 근로자가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금인상률이 높은 곳이나 승진제도가 좋은 곳에서는 DB형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반면 비정규직이나 회사 규모가 작은 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거나 자영업자, 연봉계약자, 이직이 잦은 직업을 갖고 있는 경우엔 DC형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현재 국내 퇴직연금 시장은 DB형이 73%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임금인상률이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DC형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직장인 스스로도 퇴직연금 운용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때 DB형은 기업이 파산할 경우 퇴직급여의 최대 40%를 지급받지 못할 위험이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DC형은 퇴직금을 100% 회사 밖에 적립하므로, 근로자의 수급권이 보장된다는 게 장점이다.

지금까지는 두 가지 유형 중에 하나만 선택할 수 있었지만, 7월부터는 DB형과 DC형을 적절히 혼합해서 가입할 수 있게 된다.

◇퇴직시점 가깝다면 예금·채권형으로

농협은행은 고객이 처음 퇴직연금에 가입하려고 할 때 투자성향 테스트에 심혈을 기울인다. 약 1시간가량이 소요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소 불편할 수 있으나 향후 손실을 얼마나 감내할 수 있는지와 관련이 있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가입자들은 자신의 현재 상황에 맞게 5가지 투자성향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예컨대 아직 젊고 수익을 높게 내고 싶다면 공격투자형이 적합하다. 공격투자형은 평균 시장수익률 대비 40% 이상의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시장수익률이 약 5%라면 8~9%의 수익률을 추구한다. 20%는 정기예금 등을 통해 원금으로 보전하고, 나머지 80%를 채권과 주식이 혼합된 펀드에 투자한다. 수익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한다면 위험중립형이 적당하다. 위험중립형은 정기예금에 60%, 나머지 40%를 채권혼합형 펀드에 투자한다.

보수적인 투자자이거나 은퇴가 얼마 남지 않았다면 정기예금이나 채권 등에 주로 투자하는 유형에 투자하면 좋다. 허 부장은 "퇴직연금은 노후 보장용이기 때문에 수익률에만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10년 이상 장기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