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50살 먹은 KS마크, 힘 떨어졌다는데…

꿈의 상징이었던 KS마크
한국 표준 규격인증인㉿ 1호 금호전기 백열전구부터 현재 2만3923종 이르러 고품질로 산업화 이끈 공신

글로벌시대, 의미 없다?
국내 소비재 생산업체들 국제공인 인증 따려 노력
KS인증 유지 비용 부담에 스스로 인증 반납하기도…

"KS는 죽지 않는다" 반론도
레미콘 등 100% KS 따야 시장서 인정받고 유통돼
최근엔 장례식장·골프장 등 서비스업계로 확대 추세

"KS마크를 꼭 확인하세요!"

품질 보증의 상징이던 'KS' 마크가 올해로 반세기를 맞았다. '한국 표준(Korea Standard)'이란 뜻의 KS는 1962년 정부가 산업발전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국내에서 생산되는 공산품들을 대상으로 만들어낸 표준규격. 1963년 금호전기의 백열전구가 제1호 KS인증마크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2011년 말 현재 KS인증을 받은 종목은 1만284종에 달한다. KS인증의 지표가 되는 'KS표준'이 제정된 종목으로 따지면 2만3923종이다.

각종 국제인증마크가 범람하는 요즘은 대형마트나 수퍼마켓에서 KS마크를 확인하고 제품을 사는 소비자를 찾아보기 어렵지만, 1970~80년대만 해도 국내 제조업자들에 KS마크는 꿈의 상징이었다. 생활필수품은 물론 남자 기성복, 닭고기나 소시지 같은 가공식품에도 KS인증 마크를 붙이는 게 붐을 이뤘다. 당시 신문 경제면에는 어느 업체의 어느 종목이 KS인증을 받았다는 게 뉴스로 보도되기도 했다.

KS마크는 한국 산업의 질을 크게 발전시키는 주역으로도 평가받는다. 박영환 전 한국표준협회 전무의 회고다. "백열전구, 프라이팬, 전기다리미 하나 우리 기술로 못 만든 시절이었으니까요. 일본 코끼리밥솥에 열광하는 한국 주부들에게 우리 기술로 만든 질 좋은 전자제품을 공급하려면 표준 이상으로 제품의 퀄리티를 끌어올릴 지표가 필요했습니다."

'KS표시 명령제도'가 도입된 1975년부터 80년대 초반까지가 KS마크의 전성기였다. KS표시 명령제도란 조명, 철강, 전선, 압력용기, 건축자재 등 특정 종목에 한해 KS제품이 아니면 국내에서 제조·유통할 수 없도록 규제한 제도다. KS표시 제품에는 국가가 혜택도 부여했다. 비표시제품보다 10% 가격을 올릴 수 있었고, 정부가 우선 구매한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이니까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었지요. 국가가 수출로 먹고살아야 하는 시대인데 저품질로는 경쟁이 안 되니까요. 비록 일본의 표준지표인 JIS를 베껴야 하는 상황이긴 했습니다만, 그로 인해 일본의 앞서가는 기술과 부품, 설비를 받아들일 수 있었고 또 그 덕에 품질 경영, 표준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지요. 오늘의 대한민국이 산업강국으로 존재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습니다."

문제는 글로벌 시대. 특히 소비재 분야에서 KS마크는 어느 개그맨의 우스갯말처럼 '사라진 전통문화'로 잊혀 가고 있다. 소비재 생산업체 중 KS인증을 따기 위해 노력하는 곳은 거의 없다. 밀폐용기업체인 락앤락 홍보실의 윤혜진 과장은 "KS마크란 그야말로 최소한의 품질을 보증하는 것인데, 요즘 국내 소비재 업체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얻기 위해 KS표준 이상의 품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기왕이면 국제공인 인증을 얻으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KS인증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은 지속되는 경제난에다, KS인증을 유지하기 위해 드는 비용이 부담스러워 자발적으로 인증을 반납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KS마크의 위력이 그렇게 쉽게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박영환 전무는 "생활소비재는 몰라도 레미콘 같은 제품들은 여전히 100% KS제품이어야 시장에서 인정받고 유통된다"면서 "KS표시 명령제가 소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안전과 호환성을 요구하는 전기용품, 가스기기, 건축자재 같은 분야에서는 여전히 KS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서는 KS인증이 서비스업계로 확대되는 추세다. 2008년 9월 서울시청의 '120다산콜센터'가 서비스 분야 제1호 인증을 획득한 이후 시설관리, 장례식장, 골프장, 차량수리, 산후조리원 등 9개 분야에서 69개 사업장이 KS인증을 받았다. 박형수 산업표준본부 수석연구원은 "제조업뿐 아니라 서비스업의 품질도 표준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정부의 정책적 목적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