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엔 딱"… 큰손들 물가채(물가연동국고채)에 빠지다

2010년 발행된 물가채는 '신(新)채권'으로 통하는데, 금리는 연 2.75%로 구채권과 같다. 만기가 길어 가격 변동성이 클 수 있지만, 구채권보다 가격이 약간 저렴하고, 물가가 하락해도 원금은 보장된다는 게 매력이다. 그러나 유통 물량이 매우 적어 물건을 구하기 어렵다. 지난해 발행된 물가채 금리는 연 1.5%로 낮은 편이지만, 원금이 보장되고, 유통 물량도 많아 자산가들의 주 공략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물가채가 언제나 고수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기획재정부 이재중 사무관은 "물가 상승률이 3% 이하로 떨어지거나 국제 유가가 급락해 물가 상승 우려가 완화되면 채권 가격이 급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물가연동국고채(물가채)

기획재정부가 발행하는 국채의 한 종류. 물가가 오르는 만큼 원금이 늘어난다. 물가 상승률은 정부가 매달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를 기준으로 한다. 물가 상승에 따라 자산 가치가 줄어드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세계적으로 고물가 현상이 확산되면서 투자 대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자산가 한모(53)씨는 최근 물가채(물가연동국고채)에 30억원을 투자했다. 물가채는 연 1~2%대 이자를 주고, 매달 물가 상승분(정부 발표 수치 기준)만큼 원금이 늘어나는 특징을 가진 국채다. 한씨는 "정기예금 금리가 물가 상승률을 밑도는 상황에서 물가를 방어할 수 있고, 세금 면에서도 이점이 많아 끌렸다"고 말했다.

물가채 투자가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삼성증권 정범식 팀장은 "지난해 상반기엔 매달 500억원, 하반기엔 매달 800억원 규모가 개인에게 팔렸는데, 올 들어선 매달 1500억원대가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전체 물가채 중 개인 보유 비중은 작년 1분기 15.4%에서 올 2월 말 현재 23.9%로 늘어났다. 또 2011년에 발행된 물가채 1조3000억원 중 52%는 개인이 갖고 있다.

◇고물가 시대 투자 대안으로 각광

물가채는 정부가 발표하는 물가지수에 연동해서 원금이 불어난다. 물가채에 1000만원을 투자했는데 1년간 물가가 3% 올랐다면, 원금이 1030만원으로 불어나는 식이다. 여기에 연 1~2%대 금리까지 챙기면 결국 4~5%대 금리 효과를 볼 수 있다. 원금 증가분에 대해서는 따로 세금을 매기지 않기 때문에 정기예금과 비교하면 절세 효과도 있다. 또 물가채는 10년 만기 국고채여서 분리 과세 혜택이 있기 때문에 금융 소득이 4000만원 이상인 자산가들에게 특히 유리하다.

물가가 계속 오르면 시중에서 거래되는 물가채 가격도 올라가기 때문에, 꼭 만기까지 보유하지 않고 중간에 팔아 시세 차익을 남길 수도 있다.

물가채 인기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지난 22일(현지 시각) 미국에선 물가연동국채가 마이너스 금리(-0.089%)로 발행됐다. 투자자들이 액면가보다 비싼 가격으로 채권을 샀다는 얘기다. 미국에선 2010년 1.6% 올랐던 소비자물가가 지난해에는 3.1% 오르고, 올해에도 고물가 추세가 이어지자 물가채가 인기를 끌고 있다.

오창섭 메리츠종금 연구원은 "세계적으로 현금이 많이 풀린 데다 경기가 회복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며 "가격 변동성이 심한 원자재와 달리 물가채는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에 가장 좋은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 가지 종류 있어

현재 유통되고 있는 물가채는 크게 세 종류가 있다. 정부가 2007년 처음 발행해 만기가 5년 남은 '물가7-2'와 2010년 발행돼 만기가 8년 3개월 남은 '물가10-4', 2011년 발행돼 만기가 9년 3개월 남은 '물가11-4'다.

발행한 지 오래돼 '구(舊)채권'이라고도 불리는 '물가7-2'는 금리는 연 2.75%인데, 만기가 얼마 남지 않아 가격 변동성이 낮다는 게 장점이다. 그러나 물가 하락 시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