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50代 주부 독자의 편지

"두 아들 결혼이 먼 얘기가 아닌 것이 왜 제게 슬픈 일이 된 걸까요."

25일 깨알 같은 손글씨로 대학노트 석 장을 빽빽이 채운 편지가 본지 편집국에 배달됐다. 대구에 사는 주부 김모(55)씨가 보낸 편지였다. 한 장은 취재팀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가난한 남편(59)과의 결혼에 두려움 없이 덤볐고, 엎어지고 자빠지며 28년간 작은 아파트(99㎡·30평) 한 채를 마련했습니다. 집값이 오르건 주가가 오르건 남의 얘기로 알고 살았죠. 두 아들 결혼시킬 때가 다가오는데, 저 같은 많은 사람은 어떻게 기를 펴고 살아야 할지요."

나머지 두 장은 박사 과정 큰아들(29), 지방대 졸업생 둘째아들(25)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엄마는 물려받은 것 없이 그날그날 최선을 다하며 집 한 칸 마련했다. 너희들은 '원룸에서 시작해 조금씩 늘리면서 살겠다'고 나를 위로하지만, 같은 생각을 가진 아가씨가 있을지, 있다 해도 그 집 부모님이 용납할지…. 부모를 기죽이는 세상에 (차라리 귀를) 닫고 싶구나. 아들아, 세상은 모든 걸 돈으로 재도 너만은 진심으로 축복의 박수를 받을 수 있는 결혼식을 올려라. 착한 아가씨가 응해줄 거야."

시리즈가 시작된 뒤, 취재팀 메일 주소에는 상반된 의견이 쏟아졌다. 서울 모 대학 A 교수는 "기사에는 서울 강남 예식장에서 결혼하면 2500만원 정도 든다고 되어 있지만 큰딸 결혼시키려고 알아보니 4000만~5000만원이 넘더라"고 했다. 현실은 더 곪았는데 기사가 못 따라간다는 얘기였다. 반면, "나는 자식 결혼식 치를 때 1000만원 대주기도 버거웠는데, 기사를 보면 대한민국은 부자만 사는 것 같다" "위화감 느낀다"는 반응도 많았다.

한국웨딩학회 김인옥 회장(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교수)은 "두 가지 반응이 결국 똑같은 얘기"라면서 "여성가족부가 26일 발표한 '신 가정의례준칙'대로 우리나라 결혼 문화가 바뀔 때가 됐다"고 했다.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부모 힘에 기댄 호화 결혼식보다 '내 힘으로 올리는 작은 결혼식'에 박수쳐줄 때 결혼문화가 달라진단 얘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