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년 전 조선·미국 수교' 그날을 되돌아본다

올해는 한국과 미국이 수교한 지 130년 되는 해이다. 두 나라는 1882년 5월 22일 인천 앞바다가 보이는 언덕에서 조약을 맺었다. 인천시는 조약이 맺어진 곳으로 알려진 동구 화수동 화도진공원 일대에서 5월 4~5일 축제를 계획하고 있다. 화도진공원에는 130년 전 조선·미국 조약 당시의 상황이 재현되어 있으며 개항 당시 역사를 보여주는 전시관 등 10여채의 한옥이 있다. 올해 행사에는 특별히 성 김 주한 미국대사도 참석할 것으로 전해진다.

◇다양한 축하 행사

축제는 거리 행렬 및 무형문화재 공연, 주민가요제, 영화 상영, 사진전, 각종 체험행사 등 다채롭게 펼쳐진다. 축제 하이라이트는 '어영대장 축성행렬'이다. 축성행렬은 화도진 일대의 성을 쌓기 위해 조정에서 내려오는 군대 행렬을 재현하는 것이다. 동구청에서 화도진공원까지 2.5㎞ 구간을 조선시대 군사 복장을 한 200여명이 행진한다. 말을 탄 장수를 비롯해 군악대와 취타대 등이 줄을 잇는다. 130여년 전 고종은 외국의 침입에 대비해 어영대장을 인천에 파견해 군영을 만들게 한다.

강령탈춤과 은율탈춤 등 무형문화재 행사와 국악 및 민요·뮤지컬·난타 등의 공연도 펼쳐진다. 주민들의 노래 자랑과 청소년가요제, 군대 음식 시식, 도자기 만들기 등도 진행된다. 개항 전후 화도진 일대의 옛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전도 열린다. 올해는 행사가 어린이날과 겹쳐 3D로 각종 해전(海戰)을 보여주는 영상 체험과 화살쏘기 멀티게임 등 어린이들을 위한 행사도 마련된다. 화도진축제는 올해 23회째이며 매년 수만명이 몰리는 지역 축제로 자리 잡았다.

수교 130년의 의미를 더하기 위해 인천시는 성 김 주한 미대사 초청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행사에 참가한 뒤 인천지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과 미국 관계에 대해 강연을 하고 인천경제자유구역도 둘러볼 것으로 예상된다.

◇조약 당시 모습 보여줘

인천 앞바다가 한눈에 보였던 화도진은 조선 고종 때인 1879년부터 1894년까지 서해 경비를 책임진 조선 수군 병영이다. 개항 이전까지는 지역이 바다 쪽으로 튀어나왔다 해서 '곶섬' '꽃섬'으로 불려왔으나 고종이 외국 선박의 잇단 출몰에 대비해 진지를 세우게 한 뒤 화도진으로 명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878년 고종은 당시 어영대장인 신정희에게 축조공사 책임을 맡겼다. 신정희는 조·미수호조약 대표인 신헌의 아들이다. 포를 갖춘 진지는 1879년 7월 완공됐다. 화도진은 1894년 갑오경장 때 군제 개편으로 없어졌다. 당시 화도진에는 70~80명의 군사가 경비 업무를 맡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화도진터는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다가 1988년 화도진공원으로 복원됐다. 수령이 일하던 동헌과 여성들의 거처인 안채·사랑채·전시관 등으로 꾸며졌다. 사랑채는 지금의 군 내무반과 비슷한 병사들의 숙소였다. 병사들이 사용했던 등잔·횟대·옷걸이·북 등이 놓여있다. 공원이 복원되면서 동헌 한쪽에 조약 당시의 모습이 밀랍 인형으로 만들어졌다. 조선인 관료 4명과 미국인 3명이 마주 보고 앉아 있으며 조선의 한 관리가 바닥에 앉아 수교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전시관에는 조약 당사자인 조선 대표 신헌과 미국 대표 슈펠트 제독의 흉상이 전시되어 있다. 조약 복사본과 각종 무기 및 관복도 진열되어 있다. 당시 지도를 보면 화도진까지 바닷물이 들어왔던 것으로 확인된다. 공원 한쪽에는 1982년 한미 수교 100주년 기념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조선·미국수호조약

당시 정확한 기록이 없어 조·미수호조약이 어디서 맺어졌는지는 확실치 않다. 향토사학자들은 당시 언덕으로 인천 앞바다가 보였던 화도진과 인천역 옆인 파라다이스호텔이 있는 곳 중 한 곳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약은 1882년 5월 22일 조선 전권대사인 신헌과 미국 전권대신 슈펠트 사이에 맺어졌다. 조선이 서양과 맺은 최초의 조약이다. 조약은 14개 조항으로 되어있다. 주요 내용은 '다른 나라가 한쪽 정부에 부당하게 또는 억압적으로 행동할 때 다른 정부는 원만한 해결을 위해 주선한다' '각각 외교 대표를 상호 교환하여 양국의 수도에 주재시킨다' '치외법권은 잠정적으로 한다' '양국의 언어·문예·법률 등 문화·학술 교류에 보호와 원조를 다한다' 등이다. 조약 체결로 1883년 4월 조선 주재 미국 초대 공사로 푸트가 입국해 5월 19일자로 비준서를 교환한다. 조선 정부는 민영익을 대표로 한 보빙사 일행을 미국에 파견한다.

당시 조약은 조선이 원해서 맺어진 것은 아니다. 강대국 틈바구니에 끼어있는 조선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미국은 조선이 1876년 일본과 조약을 맺자 조선과 수교를 서두른다. 미국은 일본을 통해 조선과 교섭하려 했으나 실패하자 청나라에 요청한다. 청은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조선에 미국과의 수교를 권한다. 조·미수호조약은 미국의 약속 불이행으로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