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츠린 경기에 봄바람… '3월 바닥론' 솔솔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유럽발 재정 위기와 유가 불안 등 근본 문제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바닥론은 성급하다는 것이다. 비관론자들은 최근 지표 개선을 "각국 정부가 유동성을 풀면서 일시적인 부양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말한다. 한양대 하준경 교수는 "최근 유럽 재정 위기가 큰 고비를 넘기면서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자 다소 성급하게 경기 바닥론이 나온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과거 경기 바닥론이 나온 뒤에 다시 침체로 접어들었던 경험도 신중론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한국에선 1997년 외환 위기 직전인 5월 중순에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미국에선 2007년 초 서브프라임 사태가 본격화되기 직전에 주택 경기 저점 논란이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부정적인 측면을 보자면 재정을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풀었기 때문에 하반기엔 정부의 경기 대응 여력이 바닥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 업계는 "남성 정장 매출을 보면 시중의 경제 상황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불경기일 때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비용을 줄이는 품목이 남성 정장이고, 반대로 호황일 때는 남성 정장 매출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롯데백화점에서 3월 1일부터 26일까지 남성 정장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9.6% 늘었다. 작년 9월부터 올해 2월 사이의 매출 성장률(6.0%)의 3배가 넘는 수치다. 신세계백화점에선 3월 여성복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8.1%가 늘었다. 작년 연말부터 2월까지 5%를 밑돌던 성장률이 부쩍 오른 것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여성복 판매가 백화점 전체 매출의 30% 정도를 차지한다"며 "침체된 소비 심리가 조금씩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든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에서는 봄을 맞아 아동 의류나 자동차 용품, 카메라·캠코더 등 나들이 관련 용품이 상대적으로 높은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유통업계 관계자는 "학교 주5일제 등의 영향으로 일부 품목이 반짝 성장하고 있지만, 경기 상황을 낙관할 정도는 아니다"며 "대형마트의 주요 상품인 먹을거리 관련 판매는 여전히 기대에 못 미친다"고 말했다.

작년 8월 유럽발 재정 위기 이후 길게 이어온 경기 침체에 조금씩 다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속도를 내면서 금융 및 심리 지표를 중심으로 반전 신호가 잡히기 시작했고, 아직 침체의 골이 깊지만 실물 분야에서도 하락세가 멈추거나 화살표가 머리를 드는 분야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3월 바닥론' '상저하고(上低下高)' 등 낙관론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심리지표·금융시장 훈풍 뚜렷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들어 공개 석상에서 "우리 경제가 1분기(1~3월) 저점을 찍고 하반기 상승 국면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발언을 자주 한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소비자동향지수(CSI)는 101로 2월보다 1포인트 올랐다. 두 달 연속 상승세다.(그래픽 참조) 25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올해 2분기(4~6월) 기업경기전망지수(BSI)는 99로 2010년 2분기(4~6월) 이후 8분기 만에 처음 상승세로 돌아섰다. 아직 경기를 좋게 보는 기준선인 100에는 약간 못 미치지만, 1분기 때의 77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개선된 것이다.

경기 선행지표의 일종인 금융 지표만 보면 완연한 봄이다. 금융시장의 온기는 미국 시장에서 불어오는 훈풍에 영향을 받고 있다. 26일(현지 시각) 뉴욕거래소에서 S&P500지수는 1416포인트로 마감, 2008년 5월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고용 시장 회복을 위해 저금리 정책을 지속하겠다"며 경기 부양을 옹호한 것이 직접 원인이었다. 이 영향으로 27일 코스피는 전일보다 20포인트 올라 2039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는 작년 9월 26일 1652로 연저점을 기록한 뒤 꾸준히 상승세를 기록해 작년 8월 초 수준을 회복했다. 반면 3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작년 9월 3.3%까지 떨어졌다가,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3월 들어 3.6%대로 올라섰다.

실물 분야에서도 일부 투자 지표가 연초부터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3월 그린북(최근 경제 동향)을 보면, 1월 광공업(3.3%)과 서비스업(1.1%) 생산은 모두 전월 대비 상승세를 보였다. 작년 12월 두 업종은 각각 전월비 -0.7%, -0.3%로 뒷걸음질쳤다. 글로벌 경제 회복에 중요한 동력인 미국 경제는 실물 분야에서도 상대적으로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그래픽 참조)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줄고, 공장 생산량도 늘어나고 있다.

◇재정 위기, 유가 등 불안 요인 여전-"바닥론 시기상조" 반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