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들개 주의보'

연간 1000만명의 등산객이 몰리는 북한산국립공원에 '들개 경계령'이 내려졌다. 서울 등 북한산 인근 도시에 버려진 개들이 북한산으로 몰려들어 설치류 같은 산짐승을 잡아먹으면서 야생(野生)에서 새끼를 낳으며 개체 수를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약 50마리의 유기견이 북한산에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공원 측은 점차 야성을 보이고 있는 유기견들이 등산객들을 위협할 수 있다고 보고 유기견 포획 작업을 벌이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유기견들이 3~7마리씩 무리지어 북한산 곳곳에 출몰하고 있어 등산객들은 정해진 등산로를 벗어난 샛길 등산 등을 자제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북한산 유기견들은 잡종견이 대부분이지만, 썰매 끄는 개로 잘 알려진 '시베리안 허스키(Siberian husky)' 같은 품종도 포함돼 있다고 관리공단 측은 전했다.

관리공단은 지난 2010년부터 북한산 들개 포획에 나섰다. 그 해 9마리, 2011년 34마리, 올 들어 27일 현재까지 20마리를 포획해 유기견을 관리하는 동물구조관리협회에 인계했다.

관리공단 환경관리부 양해승 차장은 "유기견들이 산속에서 새끼를 낳아 기르거나 몸집이 작은 설치류나 새 같은 짐승을 사냥해 먹은 흔적이 발견되는 등 점점 야생화하고 있다"면서 "아직 등산객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본 적은 없지만 유기견들이 지난해부터 급증하고 있어 포획 틀을 놓고, 마취총을 쏴 유기견을 잡는 중"이라고 말했다.

북한산 들개들은 등산객들이 던져주거나 먹고 버린 음식과 북한산 사찰 등지에서 나오는 음식물을 먹으며 능선과 산자락 등 가리지 않고 점차 서식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관리공단 관계자는 "북한산 대남문과 대동문, 탕춘대 능선 등 등산객이 많이 모여 쉬거나 음식을 먹는 장소와 사찰 인근 장소에 유기견들이 자주 출몰하고 있다"면서 "특히 산에서 번식한 들개는 집개와 달리 야생성이 강해 공격적이므로 쫓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 개를 자극하는 행동은 되도록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산 들개의 개체 수가 계속 불어나지 않도록 개들에게 음식을 던져줘서도 안 된다고 공단 측은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