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봉사 열기 퍼뜨린 전기기사 강윤식씨

지난 14일 오전 10시쯤 KT 서울 중부서비스센터 소속 전기기사 4명이 서울 용산구 후암동의 33㎡짜리 한 허름한 집을 찾았다. 여찬욱(76) 할머니가 홀로 사는 집이다. 강윤식(51)씨와 김영곤(56)씨는 거실의 30년 된 낡은 누전차단기를 교체했다. 누전차단기는 나사가 풀려 작동하지 않았다. 이성현(45)씨와 박명규(39)씨는 집 안 형광등과 백열전구를 교체했다. 형광등 4개 중 3개는 수명이 다해 깜박거리거나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여 할머니는 "작년 3월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고 몸이 불편해 불(형광등)이 나가도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이에 강윤식씨는 "이젠 수명이 길고 전기효율도 좋은 새 전구를 달았으니 전기료를 5000원 정도 아낄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강씨 등은 여 할머니가 밤에 집에 들어올 때를 위해 자동으로 켜지는 센서등도 현관에 달아줬다.

이들은 KT 중부서비스센터 전기 기사들로 이뤄진 '전기기술 봉사팀'이다.

전기기술 봉사는 센터장인 강씨가 2009년 12월 처음 시작했다. 당시 강씨는 한 할머니가 초등학생 손자 둘을 데리고 사는 은평구 불광동의 옥탑방에 교회 사람들과 함께 쌀 배달 봉사를 나갔다. 옥탑방 안은 멀티탭에 멀티탭들이 줄줄이 연결돼 전기선이 어지러웠다. 강씨는 "콘센트 하나에 너무 많은 전기 플러그가 꽂혀 있어 금방 화재가 날 것 같았다"며 "걱정이 돼 밤에 잠이 오지 않았다"고 했다. 강씨는 이튿날 전기선 수리도구를 들고 옥탑방을 다시 찾았다. 콘센트를 2개 더 만들고 전선을 벽에 고정했다. 이를 계기로 강씨의 재능기부가 시작됐다. 강씨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휴일을 이용해 저소득층 가정을 찾았다. 한 집의 전기 배선을 모두 수리하는 데 5시간 정도 걸렸다.

강씨의 봉사가 알려지면서 다른 사람들도 합세하기 시작했다. 센터 산하 원효운영팀 김영곤씨가 제일 먼저 작년 7월 합류했다. 김씨는 "센터장이 가끔 남는 형광등 없느냐며 사무실에 왔었는데, 그게 봉사를 위해서였다는 걸 알고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작년 9월엔 강씨가 원효운용팀 전기기사 16명이 모인 회식 자리에서 전기 기술 봉사를 제안해 전원 참여시켰다. 이렇게 만들어진 봉사팀은 작년 9월 한강로3가의 독거노인 주택을 시작으로 10월, 11월 총 3번의 봉사를 나갔다. 작년 10월 강씨와 봉사를 나갔던 박명규(39)씨는 "지체장애 노인의 방에서 참기 어려울 정도로 메스꺼운 냄새가 났는데 강씨는 내색도 안 하고 웃으며 일하더라"고 했다.

강씨의 봉사 바이러스는 다른 팀으로도 퍼져 나갔다. 작년 9월 은평운영팀장 진승국(52)씨가 매달 마지막주 수요일과 목요일을 '사랑의 집수리 운동' 날로 정하고 팀원 16명 전원과 함께 전기기술 봉사를 시작했다. 강씨가 만든 봉사팀 멤버가 총 33명으로 늘어났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강윤식씨는 지난 8일 용산구청 자원봉사팀으로부터 한 제안을 받았다. 용산구청이 작년 7월 조직한 '은빛봉사단'과 같이 봉사 활동을 하자는 연락이었다. 이렇게 해서 전기 배선 수리, 벽지 도배, 장판 교체 등 종합적 집수리 봉사가 14일부터 시작됐다. 오는 12월까지 32곳의 독거 노인 집이 수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