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노른자위' 반포주공, "연내 재건축 조합 설립"

지난 22일 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住區) 재건축 추진위원회 사무실. 문 앞에 나무뿌리와 흙이 속을 가득 채운 하수관이 놓여 있었다. 오득천 재건축 추진위원장은 "아파트 입주가 시작된 게 40년 전인 1973년"이라며 "화단에 심은 나무뿌리가 하수관으로 다 파고들어 비가 오면 물이 역류하고 난리"라고 말했다. 그는 "아파트 배관을 싹 바꿔보려고 했더니 300억원이 든다고 한다"며 "겉으로 보기에만 멀쩡한 아파트"라고 덧붙였다.

단지 벽면 곳곳에는 금이 가 있었다. 매번 보수공사를 해서 유지하는데 이런 '땜질 처방'도 '한계'에 다다라 최근 1단지는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주민 설문조사에서 재건축 찬성률은 91%로 나왔다. 반포주공 2단지와 3단지가 2009년 새 아파트로 재건축된 영향도 컸다.

반포주공 1단지에는 1·2·4주구 2100가구, 3주구 1490가구가 있다. 1·2·4주구는 오는 6월 주민총회를 열어 설계자를 선정하고 재건축 조합도 올해 안에 설립할 계획이다. 3주구는 6월에 조합 설립 총회를 개최할 예정. 반포주공 1단지는 대부분 중대형 주택이다. 대지 지분(전체 아파트 대지면적 중 개별 소유자가 갖는 면적)이 전용면적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라 사업성도 높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재건축 발목을 잡았던 가구 수 제한 규제가 풀린 것(3주구 제외)도 긍정적이다. 1·2·4주구는 2100가구를 재건축해 6000가구로 만드는 계획을 갖고 있다. 서울시 도시계획조례에 따른 재건축 시 지켜야 하는 소형평형의무비율(전용면적 60㎡ 이하 20%, 60~85㎡ 40%, 85㎡ 초과 40%)을 적용할 경우 기존에는 없던 소형가구가 1200가구 생긴다. 현재는 84㎡ 1320가구, 107㎡ 720가구, 196㎡ 60가구다. 이곳은 중대형 비중이 높아 '재건축 시 기존 소형주택 보유분 절반가량을 소형으로 지으라'는 서울시 지침에서는 벗어나 있다. 하지만 최근 소형 확대를 강조하는 추세라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의무비율 이상 소형주택 확대에 주민들은 부정적이다. 오 위원장은 "없던 소형주택이 1200가구 생기는데 의무비율(20%) 이상을 시가 요구하면 주민 반발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주민 사이에서는 "저층에 큰 면적이 최대 장점이고 거주민도 60대 이상 노년층이 대부분이라 재건축 후에도 저층·저밀도를 원한다"며 "소형주택 의무비율 권고 자체가 개인 재산권 침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 한강르네상스 계획에 따라 추진했던 '반포유도정비구역'과 관련, 최근 신반포 1차 아파트 재건축 조합 등이 제출한 '초고층 아파트 건축 계획'에 대해 시가 재검토를 요구한 것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반포주공 1단지가 반포유도정비구역에 속해있기 때문이다. 유도정비구역은 한강변 공간을 기부채납하는 공공 기여를 유도하는 대신 고도 제한을 완화하고 용적률을 확대해준다는 취지로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