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맑음, 마트 흐림, 홈쇼핑 안개

소비자 심리지수가 2월 이후 두 달 연속 상승하고, 기업들의 경기 전망인 기업경기전망지수(BSI)도 8분기 만에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3월 바닥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자 경기에 민감한 유통업종 주가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유통업종의 주가는 올 들어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백화점과 대형마트, 홈쇼핑의 각각 처지는 좀 다른 상황. 이 때문에 주식시장에서는 '3월 바닥론' 확산과 함께 유통업종 옥석 고르기가 한창이다.

◇비 오는 대형마트

소비 위축으로 대형마트 매출 증가율은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전년 동월 대비 매출 증가율은 지난해 12월 3.7%를 기록한 이후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지난달에는 -6.4%를 기록했다. 동시에 대형마트 관련 주가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11.3% 오르는 동안 이마트는 14% 떨어졌으며 롯데쇼핑은 1.3% 오르는 데 그쳤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는 대형마트를 규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국회는 대형마트의 영업일수와 영업시간을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제한할 수 있는 유통산업발전법을 통과시켰다. 이후 서울시를 비롯해 지방자치단체에서 대형마트의 영업시간과 영업일수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소용 KB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대형마트 규제와 관련된 정책이 계속해서 나올 수 있다"며 "매출 성장률도 좋지 못해 당분간 대형마트와 관련된 주가는 약세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구름 걷히는 백화점

반면 백화점의 상황은 나아지고 있다. 올해 1월 전년 같은 달보다 줄어들었던 백화점 매출액은 2월 들어서는 2.9% 증가로 돌아섰다. 백화점 업체에 따르면 이달 들어서도 25일까지 신세계(4.2%), 롯데(0~1%), 현대(3%) 등 3대 백화점의 매출액이 전년 같은 달보다 늘어나고 있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고소득층이 주로 찾는 백화점의 경우 대형마트보다 소비 위축의 영향을 덜 받아 안정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화점들이 영업면적을 확대하는 것도 호재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4월 의정부역사점을 새로 연다. 롯데백화점도 이달에는 평촌점을 개장하며, 현대백화점도 3분기 청주점 개장과 4분기 무역센터점 증축을 앞두고 있다. 이 같은 호재에 현대백화점의 주가는 다른 유통업체들과 달리 올해 들어 8.9% 오르며 강세다.

손윤경 키움증권 연구원은 "위안화 가치 상승으로 인해 중국에서 건너오는 고급 쇼핑객이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안개 낀 홈쇼핑

홈쇼핑의 경우에는 호재와 악재가 함께 있다. 홈쇼핑은 지난해부터 매월 꾸준히 전년 대비 10%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올해 1월의 경우 2.8% 성장으로 급락했지만 전문가들은 올해 1월 설 명절에 따른 계절적 효과로 보고 있다. 김미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에는 상반기 경기가 좋아 매출이 크게 늘었던 만큼 상반기에는 기저효과가 있겠지만 하반기에는 다시 성장률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TV홈쇼핑 송출 수수료가 올라간 것은 악재다. 홈쇼핑 업계는 올해 홈쇼핑 송출수수료가 지난해보다 20%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영업이익 증가율은 매출 증가율을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처럼 호재와 악재가 겹치면서 주가도 들쑥날쑥이다. CJ오쇼핑과 현대홈쇼핑의 경우 주가가 한때 연초대비 15% 이상 오르기도 했지만 TV홈쇼핑 송출 수수료 인상 소식에 연초보다 각각 2.3% 상승, 1.5%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