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여성 리더들 능력만으로 뽑히는 시대 온다"

"인도·파키스탄·태국 등에서 여성 리더가 (국가 최고 지도자로) 선출됐지만 대부분이 집안의 후광으로 당선됐다. 이제 동아시아에서 여성이 자신의 능력을 앞세워 리더로 뽑히는 시대가 올 것이다."

'세계 여성 평화네트워크' 총회 참석차 방한한 뤼슈롄(呂秀蓮) 전 대만 부총통은 28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00년 총통 선거에서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 소속 천수이볜(陳水扁) 총통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출마해 당선됐고 2004년 재선했다.

그는 대만 역사상 첫 여성 부총통이다. 지난 1월 대만 총통 선거 때는 대만의 첫 여성 총통을 노린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후보 지원에 나섰다. 뤼 전 부총통은 "차이 후보가 당선되지는 못했지만 여성 리더에 대한 대만인들의 열망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만에서는 입법위원(국회의원) 중 여성 비율이 33.6%다.

뤼 전 부총통은 2006년 소설 '대장금'의 작가인 유민주씨의 손을 빌려 전기를 냈다. 대만에서 선풍적 인기를 얻은 드라마 '대장금'의 인기를 활용하려는 전략이었다. 그는 "대만과 한국은 비슷한 점이 많다"며 "대만은 중국, 한국은 북한이라는 위협 요소가 상존하는 가운데 성장을 추진하고 민주화 과정을 거쳐왔기 때문에 서로 배울 게 많다"고 말했다.

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강화되고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주변국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무력과 돈으로 중국을 당해낼 수는 없다"며 "인권·평화·자유·정의와 같은 인류 보편적 가치와 소프트파워로 연대해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이어 김용 다트머스대 총장이 차기 세계은행 총재에 지명되는 등 한국의 리더십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고 있다고 했다.

국립 대만대 법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뒤 미국 하버드대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은 뤼 전 부총통은 대만의 민주화운동과 여성운동에 투신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