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TALK] 타 방송사 말하면 안 돼? 재밌으면 돼~

지난달 12일 방영된 KBS '개그콘서트'(개콘)의 '용감한 녀석들' 코너. 정태호가 힙합 가수를 흉내 내며 "보라, 너의 용감함을 보여줘"라고 하자 신보라가 외쳤다. "SBS 개그투나잇 포에버(영원하라)!" KBS 방송에 나와 SBS 프로그램을 '대놓고' 응원한 것이다.

방송에서 다른 방송사의 이름이나 콘텐츠를 언급하는 것을 피하던 불문율이 사라지고 있다. 요즘 TV에서는 다른 방송에 나왔던 유행어, 대사를 따라 하는 장면이나, 타사(他社)의 인기 프로그램을 패러디한 코너를 쉽게 볼 수 있다. 다른 방송사를 'K본부'(KBS) 'M본부'(MBC)하는 식의 영어 약자로 부르던 관행도 넘어섰다. 신보라는 지난달 19일 방송에서 "MBC 해품달(해를 품은 달) 한가인, 김수현이랑 안 어울려!"라는 발언으로 다시 웃음을 자아냈다.

19일 MBC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는 "스쿠터 타러 가는거야옹이"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람쥐" 같은 대사가 나왔다. 끝말잇기처럼 말끝에 엉뚱한 단어를 붙이는 개콘 '꺾기도'를 따라 한 장면이다. '하이킥' 백진희의 사투리 대사 "궁디를 주 차삐까"도 개콘 '서울메이트' 양상국의 유행어다.

힙합그룹 다이나믹듀오는 11일 개콘 '감수성'에 게스트로 나와 MBC '무한도전'을 언급했다. "대한민국을 웃기는 힘!"이라는 김준호의 대사 다음에 "개그콘서트!"라고 하는 대신 "무한~"이라고 외치며 두 손을 앞으로 뻗는 무한도전 멤버들의 동작을 따라 했다.

타사 프로그램을 통째로 패러디한 코너도 있다. SBS 개그투나잇은 17일 '햄을 품은 달' 코너를 처음 방송했다. '해품달' 패러디답게 "내가 이 나라 조선의 왕 김수현이다" 같은 대사가 거침없이 나온다. 개콘은 지난달 12일 'K잡스타'를 선보였다. SBS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의 형식을 빌려 중국집 배달원, 기상캐스터 등을 선발하는 과정을 재치 있게 그렸다.

이창태 SBS 제작총괄국장은 "전에는 타사 프로그램을 희화화하면 결례가 된다는 생각 때문에 되도록 언급을 삼갔다"며 "요즘엔 대사나 유행어 등을 특정 방송사의 소유물보다는 콘텐츠 자체로 보면서 소재 사용이 자유로워지고 있다"고 했다. KBS 전진국 예능국장은 "타사 콘텐츠라는 의외의 소재로 웃음을 이끌어내려는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이런 추세가 강하게 나타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