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베이비붐 세대 6년내 2300명 무더기 퇴직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다니는 A(57)씨는 오는 6월 정년퇴직할 예정이다. 그는 지난 가을 고향에 집을 지었다. 시골에서 살면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더라도 생활이 가능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경비원 등으로 취직할까 생각도 했지만 마땅치 않아 5년 뒤 연금이 나올 때까지 생활비를 최소로 줄여 살기로 하고 3년 전부터 귀향을 준비했다.

A씨처럼 건강보험공단에서 정년퇴직을 하는 인원은 올해부터 2017년까지 한해 평균 400명씩 6년간 2340여명에 이른다. 현재 건보공단에서 1만3000여명이 일하고 있는데 그들 중 약 20%가 6년 안에 은퇴하는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지난해부터 정년을 맞아 대규모 은퇴를 시작한 가운데, 국내 복지 관련 기관에도 그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건보공단에 특히 은퇴를 앞둔 직원이 많은 것은 1987~1989년 이른바 '복지 확대기'에 3000명에 가까운 인원을 한꺼번에 뽑았기 때문이다. 당시는 농어촌 지역의료보험을 실시하고, 이어 도시지역으로까지 확대하는 등 의료보험을 전 국민으로 확대한 시기였다.

국민연금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건보공단과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심평원의 경우 2012~2017년 사이 정년퇴직 예정자는 216명으로 전체 인원의 12%에 달한다. 역시 복지 확대기인 1986~1989년 입사한 이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도 6년 안에 482명이 은퇴하는데 그들 대부분은 국민연금을 설립(1987년)하고 확대한 시기인 1987~1988년 입사한 사람들이다. 현재 국민연금 직원은 전국 91개 지사를 포함해 4500여명 정도로, 10%가 넘는 인원이 6년 안에 퇴직하는 것이다.

이처럼 복지 확대기 세대의 대거 퇴직이 예고되자 "업무 숙련자들이 한꺼번에 나가게 되면 업무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심평원의 한 직원은 "복지 확대기 세대 때문에 10년 가까이 승진하지 못했다"며 "이들이 퇴직하면 인사 적체가 확 풀릴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고 말했다.

신규 채용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건보공단과 심평원 관계자는 업무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자연감소분(은퇴자 수)에 맞춰서 신규 채용을 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연금공단 관계자도 "작년에 600여명을 신규 채용했고, 앞으로도 연금공단의 전체 규모를 유지하면서 업무 공백 없이 선순환 교체가 이루어지도록 인력을 충원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