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한현우의 커튼 콜] 文身 해주는 의사 조명신

이 사내의 주요 고객은 조직폭력배와 성매매 여성이었다. 검은 양복에 깍두기 머리를 한 남자들이 이 사내를 찾아와 팔뚝에 새겨진 '착하게 살자' 글씨를 지우고 등짝에 용과 호랑이를 새겨달라고 했다. 화장 짙은 여자들은 허리에 벨트 모양 문신을 해달라고 했다. 사내는 중앙대 의대를 졸업한 뒤 잘 나가던 성형 전문 의사였다. 2002년 월드컵 이후, 문신 수요가 폭증했다. 사내는 미국 문신학교에 가서 문신코스를 밟고 돌아왔다. 지금은 조폭과 성매매 여성 고객 비율이 10%도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는 '의사만이 합법적으로 문신을 할 수 있는' 한국에서 홀로 문신을 개척했다. 평일엔 안양에서 쌍꺼풀과 코를 만지고, 주말엔 이태원에서 문신을 새긴다. 빈센트의원 조명신(48) 원장 이야기다.

그는 안양과 서울 이태원에 병원 두 곳을 운영한다. 안양에서는 미용성형을 하고, 이태원에서는 성형과 문신을 한다. 문신 시술은 토·일요일과 공휴일에만 한다. 쉬는 날이 없다. "문신은 사람들 몸에 나를 기록하는 작업"이라며 "문신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고, 의사만 문신을 할 수 있게 한 의료법도 개정해야 한다"고 말하는 그를 지난 27일 이태원 그의 진료실에서 만났다.

―현행법상 의사가 하지 않은 문신은 모두 불법입니까.

"그렇습니다. 한국에서 문신은 의료행위니까요. 바늘이 표피를 지나 진피층(眞皮層) 밑으로 들어가면 의료행위로 간주됩니다. 이를테면 때를 미는 것은 의료행위가 아니지만, 진피층에 침을 놓는 것은 의료행위입니다. 문신도 진피층에 잉크를 심기 때문에 의사만이 할 수 있습니다. 표피에 잉크를 새기는 '헤나'는 의료행위가 아니죠."

―우리나라만 그렇습니까.

"그런 건 아닙니다. 미국엔 문신 자체가 금지된 주(州)도 있습니다. 그러나 4개 주를 뺀 나머지 지역에서는 누구나 문신 자격증을 딸 수 있지요. 따로 정해놓은 시설 기준이 있고, 자격증을 따려면 일정 교육을 받고 시험에 통과해야 합니다. 미국은 전체 인구의 25%가 3개 이상의 문신을 갖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문신의 본고장'이죠. 잘은 몰라도 일본 역시 오랫동안 문신을 해온 나라여서 관습적으로 문신을 허용하는 것 같습니다."

월드컵, 금기를 깨다
"표현하고자 하는 욕망 2002년 뚜껑 열린 듯
특이한 사람만 문신? 그런 생각이 특이해져"

문신, 편견을 지워라
"'착하게 살자' 새길 땐 그 조폭, 진심이다
아들 말리러 온 아버지 며칠 뒤엔 등 내밀더라"

―미국인이 문신을 그렇게 많이 합니까.

"약 400년 전에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아메리카 대륙에 내린 사람들이 문신을 하고 왔어요. 그 사람들에게 문신은 수호신의 의미입니다. 목숨을 걸고 대서양을 건너왔으니까요. 우리와는 문신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다릅니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합법적인 문신을 합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저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주로 눈썹과 입술을 비롯한 의료적 문신이었죠. 지금은 저를 포함해서 10명 안팎의 의사가 문신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에 문신 새긴 사람이 얼마나 됩니까.

"모르지만 급속히 팽창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2002년 월드컵 이후 엄청나게 늘었습니다. 월드컵이 사람들의 표현 욕구를 폭발시킨 것 같아요. 제가 2000년부터 문신을 새겨왔는데, 2002년 이전까지는 문신 새기려는 사람의 90%가 조직폭력배나 특수 업태에 종사하는 여성들이었습니다. 지금은 회사원, 변호사, 의사,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특이한 사람만이 문신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오히려 특이해진 시대가 됐습니다."

―어떻게 문신을 시작하게 됐습니까.

"1997년에 성형전문 병원을 개업했는데 간간이 문신을 지워달라는 사람이 왔습니다. 그때만 해도 문신을 지우는 레이저 기술이 부족해서 일일이 칼로 문신을 도려냈습니다. 도려낸 곳은 모두 꿰맸으니까, 문신을 지우는 대신 칼자국이 생기는 거죠. 그런데도 문신이 주는 피해가 너무 크니까 지우러 옵니다. 이를테면 37세 된 남자가 골프를 치고는 같이 친 사람들이 볼까 봐 샤워를 못합니다. 지금은 중소기업 사장이지만, 문신을 새기던 열일곱살 때는 자신의 장래를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겁니다. 그런 사람 문신은 대부분 쓰레기였습니다. 아무렇게나 새긴 여자친구 이름, 욕설 같은 거죠. 그러다가 어느 날 40대 남자가 왔는데 팔뚝에 새겨진 장미 문신을 지워달랍니다. 그게 하도 아름다워서 지우기가 아깝더라고요. 그분한테 '이 문신 어디서 했느냐'고 물은 뒤에 문신해준 사람을 찾아갔습니다."

―그게 누구였습니까.

"우리나라 문신의 양대산맥이 있었는데 한 사람은 '동두천 킴', 나머지는 '오산 킴'입니다. 미군기지 근처에서 문신을 하던 두 김씨였죠. 오산 킴이 동두천 킴의 제자입니다. 제가 찾아간 사람은 오산 킴이었어요. 원래 초상화를 그리던 분이었습니다. 그분한테서 6개월가량 문신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2000년부터 제가 문신을 해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문신은 취미 비슷해서, 그냥 무료로 해줬습니다."

―언제부터 시술비를 받았습니까.

"그렇게 4년 정도 무료 시술을 하다가 미국 디트로이트에 문신학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과연 내 문신 시술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었고, 또 정식으로 배우지 않은 문신을 의사가 해준다는 것에 책임감도 느꼈습니다. 2004년에 이 문신학교에 가서 2주짜리 코스를 밟았습니다. 그 후로는 자신감이 생겨서 시술비를 받고 있습니다."

―지금은 어떤 사람들이 문신을 하러 옵니까.

"어떤 직업군을 특정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사람이 옵니다. 물론 연예인도 오고 운동선수도 오고 뮤지션도 오는데, 그 사람들이 다수가 아닙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같이 와서 할아버지 이름을 팔뚝에 새겨달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감동받아서 무료로 시술해 드렸죠. 상담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직업을 알게 되는데, 제가 먼저 '이분이 문신해도 괜찮을까' 하고 걱정할 만한 직업을 가진 사람도 꽤 있습니다."

동두천 킴과 오산 킴
한국 문신의 양대산맥 그들에게 장미 새긴 남자
지워달라 왔는데 아까워 그들 찾아가 기술 배워

잊을 수 없는 환자들
할아버지·엄마·아빠 얼굴 가슴에 새겨달라던 남자
잃어버린 아이 얼굴을 가슴에 새겨달라는 부모

목사 지망생 아내는…
"문신은 사탄이 하는 일" 날 '사탄의 괴수'라 표현
내가 혹시 문신 할까봐 매일 샅샅이 검사해

문신은 교감의 예술
몇 년 동안 상담하며 大作 그리듯 새기기도
지워지지 않는 그림으로 타인에게 날 기록하는 일

―합법적으로 문신 시술하는 의사가 10명 안팎이면 그 많은 문신은 다 어디서 하는 겁니까.

"홍대 앞을 비롯해서 문신할 수 있는 곳은 많습니다. 미용실에서도 눈썹 문신을 하니까요. 사실 문신은 우리 역사 속에서 오랫동안 있어 왔습니다. 할머니들 가운데 점 하나 찍는 식의 문신을 한 분 무척 많습니다. 어렸을 때 친구와 우정 변치 말자고 점 하나 찍은 거죠. 광복 후에 야쿠자 문신이 들어오면서 '문신=조폭'이라고들 생각하지만, 원래 문신이 그런 이미지는 아니었습니다. 물론 죄수 이마에 범죄상을 새기기도 했지만요."

―'경치다'할 때 경(�Y)을 말합니까.

"그렇습니다. 그건 부정적인 의미이긴 하지만, 이마에 문신을 새겼다는 건 일종의 식별 도구 같은 겁니다. 그러나 팔뚝이나 종아리에 점을 찍거나 하는 식의 문신은 민간에서도 널리 퍼져 있는 것이었습니다."

―잊을 수 없는 환자가 있다면.

"21세 된 남자와 60세쯤 된 남자가 함께 왔습니다. 알고 보니 늦둥이 아들과 아버지예요. 아들이 팔뚝에 용 문신을 해달라는데 아버지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꼬치꼬치 묻더군요. 두 번째 왔을 때는 아버지도 등에 문신을 해달라는 겁니다. 여섯번 정도 내원했는데, 문신을 하면서 나이 차이 많은 아들과 대화를 많이 하고 서로 이해하게 됐다면서 무척 고마워했습니다. 또 재미교포 한 사람은 가슴에 나무를 그리고 뿌리 부분에 할아버지와 아버지, 어머니 초상화를 새겨달라고 했습니다. 그런 문신은 잊을 수가 없지요."

―문신을 할 때 많이 아픈가요.

"바늘로 0.8~1㎜가량을 찌릅니다. 빠르게 왕복운동을 하는 기계로 찌르면서 선을 그어나가는 거죠. 전기 재봉틀 같은 원리입니다. 어떤 사람은 아픈 걸 못 참아서 마취를 해달라고 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 따끔한 것을 즐긴 나머지 시술받으면서 자는 사람도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 자극을 연속적으로 주면 체내에서 엔도르핀이 분비되면서 나른해집니다. 그걸 즐기는 거죠."

―10대들도 옵니까.

"부모가 데려와서 어디서 했는지 모르는 문신을 지워달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저는 '그냥 놔두라'고 합니다. 제 발로 돌아올 거라고 말이죠. 10대들은 충동적으로 이성 친구 이름을 새기는 경우가 많은데, 그 친구와 헤어지면 스스로 지우려고 옵니다. 문신을 새길 땐 부모 동의 없이는 해주지 않습니다. 한번은 50대 여자분이 전화해서 '내 아들이 지금 문신하러 갈 텐데 절대 해주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드님이 여기서 못하면 문신을 안 하겠느냐'고 물었더니 '걔 성격에 어디 가서든 할 것'이라고 해요. 그래서 제가 '그렇다면 내가 해주겠다. 그 대신 나중에 쉽게 지워지는 잉크로 해주겠다'고 하니까 그제야 허락을 하더군요. 그 아이는 네 군데에 문신을 했습니다. '왜 그렇게 문신을 하느냐'고 물으니 '엄마 관심을 끌고 싶다'고 하더군요. '엄마는 내게 용돈을 풍족하게 주지만 관심을 보이지는 않는다. 내가 말썽을 피워야만 여기저기 전화를 하고 나와 얘기를 하려고 한다'고 말이죠."

―그런 아이들은 잘 설득해서 문신을 포기시켜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저한테 올 정도면 무척 생각 많이 한 아이들입니다. 의사에게서 문신을 한다는 건 5만원에 할 수 있는 걸 30만원에 한다는 것이고, 이미 포기하지 않겠다는 단계예요. 그때 막무가내로 못하게 하면 더 나쁜 길로 갈 것입니다."

―문신을 보통 등이나 손목, 어깨처럼 잘 안 보이는 데 하는 심리는 무엇입니까.

"두 가지 이유입니다. 첫째는 두려움입니다. 남들이 이걸 봤을 때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두려움이죠. 그리고 보여주고 싶은 욕망도 있습니다. 보여주기 싫은 마음과 드러내고 싶은 양가감정(兩價感情)이 있는 거죠. 이 사람이 내 문신을 봐도 괜찮겠다 싶으면 그제야 옷을 걷어올리고 보여주는 거죠. 아무리 은밀한 곳에 문신을 해도 자기만 보려고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의외의 신체부위에 문신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까.

"페니스에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장미넝쿨을 그리기도 하고…. 특이한 사람이 아니고 평범한 회계사였어요. 직업과 문신은 전혀 상관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얼마 전에는 고3 여학생이 엄마와 함께 와서 발바닥에 점 하나씩 새기고 갔습니다. 철학관에 갔는데 양 발바닥에 점을 하나씩 그려주면서 그걸 문신으로 새기면 수능시험 잘 볼 거라고 했다네요."

―당신도 문신을 했습니까.

"(왼쪽 종아리를 걷어 보여주며) 여기에 3년 전에 점 12개를 찍었습니다. 이건 일종의 문신 임상테스트인데, 각각 다른 제품의 문신 잉크로 찍은 겁니다. 어느 회사 잉크가 어떻게 변하는지 보기 위해서 제 몸을 쓴 거죠. 그것 말고는 문신을 못합니다. 제 아내가 신학대학원에 다니는 목사 지망생인데, 문신은 사탄이 하는 거고, 그걸 해주는 사람은 '사탄의 괴수'라고 합니다. 제가 혹시 문신하고 올까 봐 늘 검사합니다."

―문신을 위한 문신이군요.

"문신엔 장식용 문신과 의료용 문신이 있습니다. 유방암 환자가 가슴을 도려내면 보형물로 유방은 만들어도 유두는 못 만듭니다. 그때 유두를 문신으로 새겨주는 것도 제 일입니다. 백반증 환자의 하얘진 피부를 원래 색깔로 물들이는 것도 문신의 영역이죠. 다양한 문신을 하려면 제 몸으로 임상실험을 해야 했죠."

―문신도 성형수술만큼 수입이 좋습니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성형수술로 버는 돈의 5분의 1 정도입니다. 게다가 문신을 위해 주말과 공휴일을 바치고 있죠. 그러나 그 기회비용을 상쇄하고도 남는 즐거움이 문신 시술에 있습니다. 그것은 수많은 사람과 교감하는 즐거움이죠."

―일종의 사명감도 느끼나요.

"제가 사람들에게 기록된다는 느낌이죠. 제가 문신을 해준 사람의 이름과 얼굴은 금방 잊어버리지만 제가 새긴 문신은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습니다. 그뿐 아니라 언제 새긴 문신이고 그 문신을 할 때 어떤 마음가짐이었는지도 또렷이 기억납니다. 마치 미술작품처럼 말이죠. 저는 다른 사람들의 몸에 저를 기록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들이 숨진다 해도 문신에 대한 기억은 영원히 남을 겁니다."

이 독특한 이력의 사내는 '한국적인 문신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미대를 졸업한 디자이너도 두고 있다. 그 자신 화실에 다니면서 데생과 초상화를 배웠고 두 달에 한 번은 미국에 건너가 새로운 문신을 공부한다고 했다. 그는 "문신의 극명한 예가 일찍 잃어버린 아이의 얼굴을 가슴에 새기려는 부모"라며 "사진만큼 또렷하게 새기려면 초상화 공부를 해야 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문신을 '입묵(入墨·이레즈미)'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몸에 글을 쓴다(文身)'고 표현한다. 두 시간여 인터뷰를 하는 동안 한국에서도 문신이 금기(禁忌)에서 풀릴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이날 대구에서는 문신을 하고 대중목욕탕에 들어간 조폭 2명이 '불안감 조성'을 이유로 5만원짜리 경범죄 스티커를 발부받았다.

―특수 업태에 종사하는 여성들이라면 성매매여성을 말합니까.

"그렇습니다."

―그런 직업을 가졌는지 어떻게 압니까.

"제가 성형을 하다 보니까 여자분들 직업을 꽤 잘 알아맞힙니다. 주점에서 일하는 여성과 집창촌에서 일하는 여성도 쉽게 구분합니다. 문신을 하면 환자와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제가 문신을 계속 하는 이유도 사람들과의 이런 교감 때문입니다. 쌍꺼풀 수술할 때는 환자와 교감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문신은 교감 없이 불가능합니다. 충분히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상담하고, 실제 시술에도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어떤 문신은 2년에 걸쳐서 무슨 대작(大作)을 그리듯이 하기도 하지요. 문신을 새기던 도중에 환자가 어디 들어갔다 나오기도 하고요."

―들어갔다 나오다뇨.

"'큰집'이라고 하죠. 조폭의 경우 감옥에 갔다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등에다가 용과 호랑이가 얽혀 있는 용호상박(龍虎相搏)을 그려야 하는데, 용이 완성된 상태에서 감옥에 가면 나온 뒤에야 호랑이를 그릴 수 있는 거죠."

―조폭은 왜 문신을 합니까.

"흔히 사람들을 위협하기 위해서 하는 걸로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고 자신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문신을 합니다. 부적 같은 거죠. 조폭의 세계는 워낙 험해서 늘 생명의 위협을 느낍니다. 이것은 조폭들에게서 직접 들은 얘기입니다. 물론 조폭들이 문신을 새길 때 같은 파(派)의 소속감 때문에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는 계급을 표시하기도 하지요. 행동대원은 팔뚝까지, 부두목은 등, 두목급은 온몸 식으로요."

―그런 사람들이 오면 두렵지 않습니까.

"조폭들의 특징은 늘 두 명 이상이 함께 다닌다는 겁니다. 그리고 꼭 검은 양복이 아니더라도 비슷한 옷을 입고 비슷한 헤어스타일을 합니다. 팔자걸음을 걷고요. 그리고 몸매가 뚱뚱하지는 않아도 꽉 찬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제가 문신을 12년 이상 했는데, 조폭들은 항상 말투도 공손하고 점잖았습니다. 자극하지만 않으면 대하기가 매우 편합니다. 저희 간호사들도 처음엔 이 사람들을 무서워했는데, 길에서 마주치면 먼저 인사하고 하니까 좋아합니다."

―조폭은 주로 어떤 문신을 합니까.

"주로 용호상박을 합니다. 풍요를 상징하는 잉어 그림도 많이 하고요. 범어(梵語)를 새겨넣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저한테 올 때 이미 문신을 갖고 있습니다. 조잡한 문신이 많아요. '착하게 살자'나 화살표가 뚫은 하트 모양 같은 것이죠."

―'착하게 살자' 문신이 정말 있군요.

"그럼요. 그 사람들은 진지한 의미로 한 겁니다.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아는 거죠. 혼자 바늘로 찔러서 새긴 사람도 있고, 감옥에서 해온 사람도 있습니다. 감옥 안에 칫솔을 갈아서 문신 해주는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조폭은 모두 문신을 합니까.

"제 생각엔 그렇습니다. 제가 조폭 몇백 명가량 문신을 해줬는데, 저한테 왔을 때 문신 없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특히 '사이고마데(最後まで·마지막까지)'라는 글씨는 조폭 사이에서 아주 흔한 문신입니다. 이 글씨를 새긴 사람을 보면 아, 그쪽 계통이구나 하고 생각하죠."

―험악한 일은 없었습니까.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목욕탕에서 옆 자리에 용과 호랑이 문신 한 사람이 오면 보통 물이 튈까 봐 다른 데로 옮기잖아요? 저는 오히려 다가가서 물어봅니다. 어디서 했느냐, 이건 좀 수정해야겠다, 나한테 오면 잘 해주겠다 이런 식으로요. 그러다가 봉변당할 뻔한 적도 있긴 했어요. 부산에 갔을 때인데, 역시 목욕탕에서 문신한 사람 너덧 명이 주르륵 앉아있기에 저도 모르게 빤히 쳐다봤던 거죠. 그런데 그 중 한 명이 '뭘 봐?' 하더니 순식간에 저를 에워싼 겁니다. 다급히 '나는 문신하는 사람'이라고 해명해서 별일은 없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