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감동 3D로 재탄생

'타이타닉'(1997) '라이온 킹'(1994) '스타워즈: 에피소드 1-보이지 않는 위험'(1999) '쥬라기 공원'(1993) '미녀와 야수'(1991) '니모를 찾아서'(2003)…. 이들 영화의 공통점은 개봉 당시 전 세계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고, 최근 3D로 만들어져 재(再)개봉된다는 것이다.

'라이온 킹'과 '스타워즈: 에피소드1-보이지 않는 위험'은 최근 3D로 선보였으며, '타이타닉'은 5일 3D 버전으로 재개봉된다. '쥬라기 공원' '미녀와 야수' '니모를 찾아서' 등은 현재 3D 변환 작업 중이거나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 영화 '괴물'의 3D 버전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공개됐고, 올 하반기 개봉 예정이다.

할리우드에서 '3D 재개봉' 열풍이 부는 이유는 뭘까. "3D를 경험한 요즘 관객들이 과거 명작(名作)을 3D로 다시 보고 싶어 한다"는 게 영화계의 설명이다. '타이타닉' 제작자 존 랜다우는 "'쥬라기 공원'이나 '스타워즈'는 지금도 여전히 극장에서 보고 싶은 영화다. 지금 영화관을 찾는 젊은 세대에게 과거 영화를 보여주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3D"라고 했다.

3D 재개봉은 기존 영상을 '재활용'하는 차원에 그치는 게 아니라 막대한 비용과 인력이 투입된다. '타이타닉' 3D 버전에는 약 200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갔고, 300명의 컴퓨터 아티스트가 동원됐다. 이들이 3D로 변화시킨 영상만 29만5000화면에 달한다. 랜다우는 "영상을 변환하는 과정은 또 하나의 창작이나 다름없다. '3D 재개봉(re-relea se)'이 아니라 '3D 새개봉(new-re lease)'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라고 했다.

'타이타닉' 3D변환 작업에는 한국업체 '리얼 이미지'도 참여했다. 변환작업은 우선 한 화면 내 인물·사물과 배경을 분리한 후 사물 간의 거리와 부피감을 일일이 분석한다. 이후 사물에 입체감을 줄 수 있도록 컴퓨터 프로그램의 일종인, 모눈종이처럼 생긴 '그물눈'을 화면에 씌운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배경은 그대로 두고 인물이나 사물은 앞으로 튀어나오도록 조작한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하지만 정교한 조작이 필요해 수작업에 가깝다.

예를 들어 케이트 윈슬렛의 얼굴에 입체감을 줄 때는 얼굴이 앞으로 나오도록 하고 그중에서도 특히 코와 광대가 더 돋보이도록 작업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생긴 화면 상의 일그러짐이나 잡티 같은 오류를 수정하고 나면 3D 영상이 만들어진다. 관객들이 영화관에서 보는 3D 영상은 기존 2D 영상과 3D로 변환시킨 영상을 합친 것이다. '리얼 이미지'의 신영주 차장은 "애니메이션은 실사(實寫) 영화보다 선이나 빛이 단순해 3D로 변환하기 쉽기 때문에 3D 재개봉이 많다"고 했다.

3D로 재개봉된 명작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지난해 12월 3D로 재개봉한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은 개봉 첫날 3만1460명 관객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7위에 올랐다. 당시 개봉 중이었던 애니메이션 '장화신은 고양이'와 '프렌즈: 포켓몬스터섬의 비밀3D'보다 낮은 성적이다. 빠른 스토리 전개와 요즘 아이들에게 익숙한 캐릭터를 다룬 애니메이션에 못 따라간 것이다.

지난달 27일 런던에서 공개된 '타이타닉 3D'는 3D라는 것을 거의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보기 편안했고 몰입도 잘됐다. 사물이나 인물의 부피감이 느껴져 화면에 생기가 돌았다. 그러나 타이타닉의 선체가 반으로 갈라지거나 배 안에 물이 넘치는 장면은 기대만큼 입체감이 강하지 않았다. 리얼 이미지의 김종률 대표는 "전 장면에 강한 입체감을 줄 수도 있지만 그런 영상은 5분만 봐도 어지러울 수 있다. 3시간이 넘는 전체 상영 시간을 고려해 끝까지 편안하게 볼 수 있도록 장면마다 입체감을 조절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