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치솟아… 상장사 순익 25% 뚝

덩치는 키웠지만 이익은 망가졌다. 2일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2011년 12월 결산법인 실적이 거래소 집계 이래 처음으로 매출 합계 '1000조원(유가증권시장), 100조원(코스닥시장)'을 넘어섰지만 순이익은 전년보다 4분의 1 가까이 줄었다. 열심히 일은 하고 있지만 별로 남는 장사는 아니었던 셈이다.

◇더 뛰고도 덜 남겼다

한국거래소와 상장회사협의회가 12월 결산 상장 법인 668곳 중 전년과 비교가 가능한 616개사, 코스닥 등록 기업 980곳 중 875개사의 2011년 실적을 분석한 결과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의 매출액 합은 1107조1000억원, 코스닥 매출액 합은 100조9387억원이었다. 매년 사정에 따라 분석 대상에 차이가 있지만 거래소가 '1000조원, 100조원' 통계 결과를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수익성을 살펴볼 수 있는 이익률을 보면 빛이 바랜다. 2011년 유가증권 상장 기업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전년보다 각각 14.6%, 25.1%나 감소했다. 매출액 순이익률은 2010년 6.01%에 비해 1.98%포인트 감소한 4.04%로 나타났다. 유가증권 상장사들은 2010년에는 1000원어치를 팔아 60원 정도 남겼는데 지난해에는 40원 정도만 이득을 봤다.

코스닥 역시 마찬가지다. 매출액 합계는 7%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94% 감소했고, 영업이익률도 5.37% 수준에 그쳤다. 특히 순이익은 2조9807억원으로 3조원을 돌파했던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2.87%나 줄었다.

전문가들은 매출이 늘었지만 순이익이 줄어든 것은 유럽 재정 위기와 원자재 가격 상승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이익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한국전력은 원가 부담에 휘청, LG디스플레이는 적자 전환

'총매출 증가, 총이익 감소'라는 결과는 매출 상위 기업들이 큰 폭의 적자를 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전력은 연결기준으로 전년에 비해 매출이 10.19% 늘어나 매출액 상위 8위에 올랐지만 순손실이 큰 회사에서는 1위에 올랐다. 이 회사는 지난해 유가 상승으로 에너지 구매비용이 증가했지만,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 탓에 적자 규모가 3조2929억원까지 확대됐다.

매출액 6위, 14위인 LG디스플레이와 LG전자도 유럽 시장의 침체로 직격탄을 맞으며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웅진코웨이 매각 방침을 밝힌 웅진홀딩스도 태양광사업 위축 여파로 적자 전환했다. 이 밖에도 한진해운, 현대상선, 대한항공 등 운송업종의 이익 감소 폭이 컸다.

서영완 유가증권시장본부 공시부 팀장은 "석유화학·자동차·철강제품의 호조에 따라 매출 성장세를 유지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유럽 재정 위기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전기전자, 해운업의 부진이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코스닥 하드웨어는 울고 소프트웨어는 웃고

코스닥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우량기업부 소속 기업들은 개별기준과 연결기준 모두 2010년보다 순이익이 20% 넘게 감소했다. 코스닥에선 IT업종의 희비가 뚜렷했다. 다음과 네오위즈게임즈, SK브로드밴드 등 IT 소프트웨어 업종은 매출과 이익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하며 매출과 영업이익 순위에서 모두 20위 안에 들었다.

반면 IT 하드웨어 업종은 매출과 이익 모두 감소세로 돌아섰다. 하드웨어 업종 전체 매출액은 29조2213억원으로 전년보다 0.87%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조3936억원, 순이익은 7954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26.66%, 43.37%씩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