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터치] 좀도둑? DNA 은행 뒤졌더니 소도둑이었네

"7년 전부터 75차례나 도둑질한 용의자입니다."

지난 3월 서울 광진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보낸 감정서 1통을 받고 깜짝 놀랐다. 한 달 전 광진구 자양동 반지하 방에서 금반지와 현금 수십만원을 훔쳐 달아난 용의자 A씨의 유전자(DNA) 분석 기록이었다. 감정서엔 유전자 분석 외에 A씨가 2006년부터 영등포, 동대문, 송파, 광진 등 서울 전역을 돌며 이번을 제외하고도 74차례나 물건을 훔친 기록이 빼곡하게 첨부돼 있었다. 경찰은 "처음엔 단순 절도범으로만 생각했는데 연쇄 절도범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부터는 검거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월엔 경기도 수정경찰서에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 반지하 방에서 돼지저금통 1개, 10만원 상당을 도둑맞았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역시 현장에서 주운 담배꽁초를 국과수에 보낸 뒤 감정서를 받아본 관할 경찰서는 깜짝 놀랐다. A씨가 74번째로 저지른 절도였던 것이다. 2010년 7월부터 범죄자 및 현장 증거물에서 채취한 DNA들을 모으는 'DNA 은행' 법령이 본격 도입되면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들이다. 경찰이 전국의 범행 현장에서 보낸 현장 증거물을 국과수에 보내면, 유전자감식센터가 이를 DNA로 표지화했다. 피우다 만 담배꽁초, 먹다 남긴 음료수 캔 등이 결정적 증거물이다. 국과수는 증거물에서 검출된 타액, 혈흔, 지문에서 DNA를 뽑아 기록했다.

덕분에 DNA 은행을 통해 지난 1년 반 동안 2967건에 달하는 미제사건이 해결됐다. 경기지방경찰청 미제사건 전담팀은 지난 2월 경기도 수원, 용인지역 주택 베란다로 침입해 부녀자들을 강간한 혐의로 이모씨를 붙잡았다. 7년 동안 11차례에 걸쳐 연쇄 강도·강간을 저지른 범인의 증거물 DNA를 모아온 것이 결정적 증거가 됐다. 한면수 유전자감식센터장은 "미제로 끝날 단발 사건들을 DNA 조각들이 큰 덩어리로 연결해 줘 해결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