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왕산 명물 300살 왕버들, 물 위에 사는데 말라 죽을 판?

경북 청송군 주왕산(周王山·721m) 국립공원의 명소 가운데 하나인 주산지(注山池)의 왕버들이 생존의 기로에 섰다. 높이 20m 안팎의 아름드리 고목들은 연못에 잠긴 채 300년 이상을 살면서, 그동안 관광객 등에게 계절마다 다른 절묘한 풍광을 선사해 왔다. 주왕산국립공원 사무소는 이 왕버들이 "열악한 서식 환경과 노화(老化) 등으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2일 밝혔다.

조선 숙종 때인 1721년 농업용 저수지로 조성된 주산지에는 수령 300년이 넘은 왕버들이 수십 그루 살고 있었지만 지금은 23그루만 남았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조사 결과, 이 중 14그루는 줄기가 썩거나 가지가 말라 죽고 잎의 크기가 눈에 띄게 왜소해지는 등 수명이 다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산지 왕버들이 위기에 처한 것은 노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봄철 농업용수로 쓰기 위해 저수지 물을 빼는 2~3개월을 제외하고는 사시사철 물에 잠겨 있는 열악한 서식 환경이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관리공단 측은 나무의 썩은 부위를 도려내 물이 더 이상 침투하지 못하도록 방수(防水)제를 바르거나 영양제 주사를 놓아 회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주왕산사무소 서정근 주임은 "왕버들이 지금까지 열악한 서식환경을 잘 버텨왔지만 이제는 한계에 이른 것 같다"면서 "주산지의 수위를 낮게 유지해 왕버들이 물에 잠기는 기간을 최소화하는 등 복원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