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남매 '억척이 맏딸'… 연기도 대충 못하죠

"사실 연기를 안 하고 다른 일을 했다 해도, 뭐든 열심히 잘해냈을 것 같아요. 전 생활력 하나는 타고났거든요!"(웃음)

MBC 인기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민화공주'를 연기했던 탤런트 남보라(23)는 여러모로 잘 여문 초록빛 완두콩을 떠올리게 한다. 드라마에서 오열(嗚咽) 연기로 화제를 모아서만은 아니다. 영화 '써니'에서 기운 센 문학소녀 '금옥'의 어린 시절을 연기할 때도, 영화 '하울링'에서 연쇄살인사건의 비밀을 쥔 '정아'를 표현할 때도 그는 자연스럽게 극에 녹아들어 안정적인 연기를 펼친다는 평을 들었다.

13남매 중 둘째이자 맏딸. 유치원 때부터 동생 기저귀를 갈아봤다는 그다. 지난달 말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남보라는 마치 적금 통장을 열어 보이듯 또박또박 계획을 들려줬다. "스무 살이 되던 해에 '딱 10년만 죽어라 연기해보자'고 맘먹었어요. 이제 만 3년 채웠으니, 남은 7년 더 치열하게 할 거예요. 뭐라도 이뤄놓고 떠나야 하니까."

―'해품달'로 주목받고 있지만 데뷔한 지 벌써 7년이다.

"2005년 '우리들의 일밤'의 '천사들의 합창'이란 코너에서 우리 가족이 소개되면서 TV에 데뷔했다. 당시 11남매였는데, 지금은 동생 둘이 늘어나 13남매다. 그때 인연으로 2006년 KBS 시트콤 '웃는 얼굴로 돌아보라'에 출연하면서 연기를 시작했다. 처음엔 멋모르고 했는데 갈수록 욕심이 생겼다. 박신혜·고아라·박민지처럼 또래 배우들이 잘되는 걸 볼 때마다 때론 부럽고, 때론 아프기도 하고 그랬다."

―실제로 오디션에서 떨어진 적도 많았다던데.

"그때마다 '내가 덜 예쁜가', '재능이 모자란가' 고민도 많이 했다.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2년 정도 활동을 쉬었는데, 가장 힘든 시기였다. '이 길이 정말 내 길일까' 생각 많이 했다. 한참 헤맨 끝에 내린 결론은 '지금 겨우 스무 살이니, 일단 서른 살까지는 무조건 열심히 해보자'는 것이었다. 10년 치열하게 투자하면 뭐든 결론이 날 거라고. 그때까진 한 눈 팔지 않고 연기만 생각하자고."

―연기의 어떤 점이 그렇게 좋았을까.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로 살 수 있다는 것에 대한 희열이 있었다. 그걸 제대로 소화했을 때의 쾌감도 컸고. 기왕 시작한 것, 정말 잘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디. 원래 뭐든 대충 하는 걸 싫어한다. 일단 붓을 꺼냈으면 획이라도 하나 그어야 하지 않나."

―'해품달'에서 아역 진지희의 연기와 비교하는 얘기들이 많았다.

"머릿속이 하얘질 만큼 힘들었다. (웃음) 밤새 잠 못 자고 뒤척이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지희처럼 상큼하고 귀여울 순 없겠다'란 생각에 닿았다. 그러니 맘이 편안해졌다. '그럼 그냥 나답게 연기해야지' 하고. 좀 지나서 '연기가 물이 올랐다'는 평을 들을 땐 온몸에 찌릿, 전율이 왔다."

―극 중에서 아기 엄마 연기까지 하는 게 버겁진 않았는지.

"전혀! 우리 집 막내가 4살이다. 유치원 때 이미 아기 기저귀 갈아봤고, 쭈욱 11명 동생 분유 타고 업어 재우고 숙제 봐주며 자랐다. 엄마의 마음을 누구보다 이해한다. 연기할 때도 실은 마음속으로 동생들 생각하며 울고 또 웃는다."

―다둥이 가족의 맏딸로 자랐다. 힘들지 않았나.

"힘든 것보단 얻은 게 더 많다. 자연스레 책임감이 강해졌고,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해내는 능력도 얻었다.(웃음) 요즘도 시간 나면 부모님 식당에서 일을 거든다."

―차기작은 공포영화라고 들었다.

"'콩쥐팥쥐'에서 모티브를 따온 옴니버스 형식의 작품이다. 새로운 눈빛과 표정으로 다가서고 싶어 요즘 남몰래 거울 보고 연습하며 몸을 풀고 있다."

―연기 말고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회사 경영. 회사 식구를 가족처럼 챙기는 똑 소리 나는 사장님이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