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우주선 타기, 술 마셔보기… 시한부 열두살 소년의 '버킷리스트(죽기 전 꼭 해보고 싶은 것들)'

열두 살 소년 샘(로비 케이)은 항암치료를 두 차례나 참아냈다. 그런데도 백혈병은 재발했고, 온몸에는 시커먼 멍 자국을 남겼다. 남은 시간도 일 년일지 한 달일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스페인 출신 구스타보 론 감독의 2010년작 '열두살 샘'은 이러한 상황에 부닥친 샘이 죽기 전 꼭 해보고 싶은 것들(버킷리스트)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샘의 소망은 술 마셔보기, 우주선 타고 별 보기 등 열두 살에 걸맞게 귀엽고, 약간은 황당한 것들이다. 물론 소원을 이룰 수 있는 시간은 또래보다 적다. 하지만 샘은 친구 펠릭스(알렉스 에텔), 케일리(엘라 퍼넬)와 아버지(벤 채플린)의 도움으로 소원을 조금씩 이뤄간다. 그리고 영원한 작품을 남겨 인생의 유한(有限)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로, 그 과정을 일기로 남긴다. 영화의 원래 제목은 '영원히 사는 법(Ways to live forever)'이다. 세계 13개국에서 2008년 출간된 샐리 니콜스의 동명 소설(한국판 '아빠, 울지 마세요')이 원작이다.

영화는 시종 담담하다. 코끝이 찡한 장면은 약물치료가 불가능해진 샘에게 "길어야 두 달, 어쩌면 몇 주밖에 시간이 남지 않았다"는 의사의 진단이 내려질 때 정도다. 대신 샘은 기발한 방법으로 세계기록을 세우고 천연덕스럽게 낮술을 경험하면서 관객을 즐겁게 만든다. 종이인형이 등장해 샘의 머릿속 상상을 구현하는 장면이나 영국 록밴드 톱로더(Toploader)의 '댄싱 인 더 문라이트(Dancing in the Moonlight)' 같은 경쾌한 음악은 1초의 지루함도 허용치 않겠다는 감독의 자존심 같다. 최근 한가인과 꼭 빼닮은 외모로 화제가 된 엘라 퍼넬, 알렉스 에텔 등 아역 조연들의 연기가 인상 깊다.

하지만 영화 중간 중간 '사람은 왜 죽어야 하는가' 같은 질문들이 튀어나올 때는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 떠오른다. "이건 불공평하다"며 토라지던 샘이 나중에 "괜찮으니 울지 마"라고 가족들을 달래는 것만으로도 인간에 대한 성찰은 넘치기 때문이다. 12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이것이 포인트]

#대사
"엄마 울지 마. 하나님한테 내가 따질게. 하늘나라에 가서."
("살 수 있는 기간이 몇 주밖에 남지 않았다"는 의사의 말에 어머니가 울음을 터뜨리자 샘이 하는 말.)

#장면
'비행선 타기'가 소원이던 샘이 아버지와 함께 비행선으로 하늘을 나는 장면.

#이런 분 보세요
"사는 게 뭘까?"처럼 머리만 아프고 답은 안 나오는 질문과 씨름 중인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