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동화 쓴 국내 첫 입양 엄마

"여섯 살 난 남자 아이가 엄마에게 물어본다. '날 낳은 엄마는 왜 날 못 키우셨을까? 얼굴은 어떻게 생겼을까? 왜 입양 보내셨을까?' 엄마는 아이를 꼭 껴안으며 '너를 낳아준 엄마는 너를 키울 순 없지만 네가 사랑받고 행복하게 자라 훌륭한 사람이 되길 바라서 (입양이라는) 최선의 선택을 한 거야'라고 답한다."

국내 최초로 입양 부모가 직접 쓴, 입양을 주제로 한 그림동화 '선물'에 나오는 장면이다. 작년 입양 부모들 모임인 홀트한사랑회에서 입양 부모를 대상으로 했던 동화 공모전 당선작으로, 이번 달 출간된다.

동화를 쓴 박근혜(43)씨는 가슴으로 낳은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다. 2006년 아들 강이(6)를 입양했고, 2년 전에는 딸 현이(2)도 입양했다. 동화의 주인공은 박씨의 아들 '강이'다. 그동안 자신의 출생에 대해 궁금해하며 부모에게 물어봤던 내용을 대화 형식으로 구성했다. 박씨는 "우리 아이들뿐 아니라 다른 입양아들이 연령대에 맞게 입양 사실을 알게 되고, 입양이란 부끄러운 게 아니라 가족이 되는 또 다른 과정이란 것을 알려주고 싶어 동화를 쓰게 됐다"고 했다.

박씨와 남편 배재학(44)씨는 다른 사람에게 입양사실을 알리는 '공개 입양'을 했다. 때문에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입양 사실을 알려줬다. "'엄마가 너를 낳진 않았지만 아주 많이 사랑한다'고 말해줬어요. 어느 날 아들이 '난 엄마 뱃속에서 태어나지 않아서 슬퍼'라고 말했는데 가슴이 먹먹했어요. 괜히 입양 사실을 공개한 것 같아 후회됐죠."

다른 입양 부모들과 만나면서 박씨 부부는 '모든 입양 부모가 비슷한 고민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들이 다니는 유치원에 "아이들에게 입양 가정에 대해서도 교육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씨가 쓴 동화에도 유치원에서 입양교육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유치원 선생님께서 고향이 외국인 엄마랑 사는 집이나 할머니랑 사는 집, 강이네처럼 입양으로 가족이 된 집 모두 특별한 가족이래."

박씨는 "우리 가족은 서로에게 '선물'"이라 했다. 동화는 "크리스마스에 산타 할아버지가 강이에게 무슨 선물을 주실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난감 자동차를 주시면 좋을 텐데…. 아빠랑 엄마는 나와 동생을 선물로 받아서 이제 크리스마스 선물 안 주셔도 기분 좋대. 사실은 나도 장난감 자동차보다 우리 아빠, 엄마, 동생이 훨씬 좋아"라는 내용으로 끝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