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의 모든 것 모았다… 음반·라디오·쌀에 포스터까지

"아리랑을 중국에서 들었을 때 슬펐어요. 그 아리랑 고개를 넘어가는 게 나하고 우리 엄마인 거 같았거든요. 너무 힘들게 사니까…. 요즘 남한에서 아리랑을 들으면 나도 이 능력 있는 민족의 일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탈북 청년 김필주는 화면 속에서 아리랑은 단지 민요가 아니었다고 증언한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이 4일 개막하는 '아리랑 특별전'은 '아리랑'이 우리 삶 속에 얼마나 깊숙이 들어와 있는지 보여주는 전시다. 올 상반기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 등재 신청을 앞두고 열리는 '아리랑 특별전'은 아리랑과 관련된 역사 자료, 영상, 생활용품, 음원 등 2000여 점을 선보인다.

눈길을 끄는 것은 '생활 속의 아리랑'이란 주제 아래 아리랑 상표를 단 상품 전시코너. 1958년 발매된 최초의 고급 필터담배 '아리랑', 1960년대 인기상품이었던 아리랑 라디오, 아리랑 성냥이 우선 눈에 띈다. 색연필, 책가방 같은 문구류부터 쌀과 밀가루 포대, 석유다리미, 전자기타, 노래방 반주기에 1990년대 초반 나온 윈도용 워드프로세서까지 온갖 물건이 전시됐다. 국립민속박물관 이건욱 학예연구사는 "1948년부터 2001년까지 상품명 순위 가운데 아리랑이 6위였고, 1990년 이후만 따지면 2위일 정도로 최근 늘어가는 추세"라고 했다.

아리랑은 해외로까지 퍼졌다. 6·25 당시 위문공연을 왔던 재즈 연주자 오스카 페티포드는 화장실에 갔다가 누군가 밖에서 아리랑을 휘파람 부는 것을 들었다. 구슬픈 가락에 반한 그는 뛰어나와 악보를 채록했다. 그는 1952년 미국 로열 레코드사에서 음반 '아디동(Ah Dee Dong) 블루스'를 냈는데, 아리랑을 잘못 듣고 '아디동'으로 썼다.

고종과 명성황후가 아리랑 연주를 즐겼다고 쓴 한말 애국지사 황현의 '매천야록'과 광복군 소속 독립운동가 한형석이 1940년 중국 시안(西安)에서 '가극(歌劇) 아리랑'을 공연한 포스터와 공연소식을 전한 현지 신문도 전시됐다. 전시장 한편에 마련된 무대에선 매주 토요일 오후 1시 밀양·정선·문경 지방 아리랑을 공연한다. 전시는 5월 21일까지, 관람료는 무료. (02)3704-3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