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담배 관련 질환들 진료·치료하는데 쓴 돈, 10兆 넘었다

음주·흡연이 영향을 미친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지출하는 진료비가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었다.

4일 본지가 건강보험정책연구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세계보건기구(WHO)가 음주와 관련 있다고 보고한 30개 질환의 총진료비가 2005년 3조2127억원에서 2009년 6조1226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액수는 2009년 전체 건강보험 급여비 29조9411억원의 20.5%에 해당하는 것이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은 또 2008년에 지출된 폐암 등 흡연과 관련 있는 40개 질환의 총진료비를 2조7721억원(전체 급여비의 8.0%)으로 산출했다. 지난해 건강보험 급여액은 총 36조560억원이었다. 따라서 음주·흡연과 관련 있는 질환이 각각 건강보험 급여에서 차지하는 비중(20.5%, 8.0%)을 적용할 경우 지난해 음주·흡연 관련 질환에 지출한 진료비는 10조276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고혈압, 허혈성 심장질환 등 음주와 흡연 모두와 관련 있는 질환들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진료비는 이보다 적을 수 있다.

음주에 따른 질환의 경우 고혈압이 2조3035억원(37.6%)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허혈성 뇌졸중(7888억원, 16.2%), 허혈성 심장질환(3620억원, 12.9%), 출혈성 뇌졸중(3620억원, 5.9%), 간암(3265억원, 5.3%) 순으로 진료비가 많았다. 알코올의존, 알코올성 간경변증 등 음주로 인해 직접적으로 생기는 질환의 건강보험 진료비도 지난 2005년 866억원에서 2009년 두 배 가까이(1.95배)로 늘어나 1688억원에 이르렀다.

이날 보건복지부는 흡연이 주요 원인인 폐암, 만성폐색성폐질환(COPD), 버거씨병(폐쇄성 혈전 혈관염)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폐암 환자는 2006년 4만3000명에서 2010년 5만5000명으로 약 1만2000명(연평균 증가율 6.4%) 증가했다. 폐암 환자 때문에 5년간 지불한 진료비는 1조5000원이었고, 2010년의 경우 3965억원에 이르렀다. 폐 기능을 떨어뜨리고 만성적인 기침과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만성폐색성폐질환(COPD)의 경우 2010년 환자 수가 61만명이었고 진료비는 1056억원이 들었다. 혈관이 막혀 손과 발의 끝이 썩는 버거씨병 환자는 2006년 3490명에서 2010년 4245명으로 755명 늘어났다.

복지부 관계자는 "올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총회를 계기로 법·제도를 정비하는 등 금연정책을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