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TALK] '건축학개론 출연' 제주 집도 스타

개봉 2주 만에 174만여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하고 있는 이용주 감독의 '건축학 개론'엔 승민(엄태웅·이제훈)과 서연(한가인·수지) 말고 '제3의 주연'이 있다. 승민이 첫사랑 서연을 위해 제주도에 설계해 준 '서연의 집'<사진>이다. 영화가 인기를 얻으면서 이 집도 덩달아 '스타'가 됐다.

영화 제작사 '명필름'에 따르면 주말인 지난달 31일과 1일에만 수십명이 이 집을 찾아왔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건축학 개론'과 '서연의 집'을 검색하면 여러 블로그와 카페 등에 이곳을 찾아가는 방법, 다녀온 이들이 찍은 사진 등이 올라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설계자나 인테리어 정보를 묻는 댓글들도 적지 않다. 올레 5길이 있는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에 있어 올레 관광객들의 눈에도 잘 띈다. '명필름' 심재명 대표는 "출입통제를 해놨는데도 영화 속 승민과 서연이 나란히 누워 있던 2층 잔디밭에 올라가 사진을 찍는 연인들도 있다"고 했다.

영화 관계자들은 "촬영용으로 실제 집을 짓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이라고 한다. "세트를 짓거나 기존 건물을 빌려 촬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설명이다. 심 대표는 "시나리오에 옛집이 공사를 거치며 변하는 과정이 다 나왔다. 그래서 영화를 만들 거면 아예 대지와 건물을 구입해 여유롭게 집을 짓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490여㎡(150여평) 부지와 그곳에 있던 집채를 사는 데 1억7000만원, 그 집을 리노베이션하는 설계·시공비로 1억4000만원 정도가 들었다고 한다.

'서연의 집'은 야트막한 돌담과 나무 대문 안으로 아담한 돌길이 펼쳐져 있고, 병풍 같은 접이식 창을 열면 바다가 훤히 보이는 '그림 같은 집'이다. 연세대 건축학과 출신 이용주 감독의 과 친구인 건축가 구승회(크래프트 디자인 소장)씨가 설계했다. 구 소장은 "감독이 크고 화려한 집이 아니라 소박하고 일상적인 집을 원했다. 영화에서 집이 주인공들의 기억을 잘 반영할 수 있는 장치이기도 하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 짓기보다는 옛집과 새집이 만나는 느낌으로 리노베이션을 했다"고 했다.

촬영 일정에 맞춰 지어졌기 때문에 현재 '서연의 집'은 일부 부실하게 시공된 부분도 있다고 한다. 구 소장은 "집의 완성도나 안전성을 고려해 조만간 보완 공사를 할 생각"이라고 했다. 심 대표는 "원래는 작가들 작업실로 쓰려고 했는데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와 고민 중이다. 지자체나 문화단체 등과 연계해 1층은 카페나 게스트 하우스로, 2층은 작업실로 쓰는 방안을 생각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