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거품 빼기… 인터넷 판매 허용

정부가 이르면 이달 안에 인터넷을 통한 와인 판매를 허용하기로 했다. 한·EU,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에도 별로 내리지 않는 수입 와인 가격의 거품을 빼기 위한 조치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5일 "와인의 인터넷 판매를 위한 기획재정부·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의 실무 협의가 마무리됐다"며 "4월 중 주류 판매에 대한 국세청 고시를 개정하는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인터넷 판매 허용으로 와인 가격이 인터넷상에서 비교돼 가격 거품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중저가 와인이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주류의 인터넷 판매는 금지돼 있으며, 전통주에 한해서만 2010년 4월부터 허용됐다.

정부는 청소년들이 인터넷으로 와인을 구매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인터넷 판매 시 별도의 성인 인증 절차를 만들기로 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인 판매 물량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 와인 수입액은 작년 1억3500만달러에 달해 최근 10년 새 7배 이상 늘었고, 전체 수입 주류 중 30% 정도를 차지하지만, 유통 구조가 복잡해 유통 마진이 다른 주류에 비해 높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수입 와인 유통마진은 수입업자가 30%, 도매업자 15~30%, 소매업자 20%에 달해, 세금 부담까지 계산하면 소비자가격이 수입 원가의 2.6배가 넘는다.<그래픽 참조>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한미 FTA 체결을 전후해 일부 와인업체들이 판매 가격을 10% 안팎 인하했지만, 이것으론 부족하다"며 "인터넷 판매가 허용될 경우 경쟁적인 조건이 만들어져 와인 가격 거품을 빼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맥주·소주 등 여전히 인터넷 판매가 금지되는 다른 주류업계에선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와인에 비해 맥주·소주의 유통마진은 상대적으로 낮아 인터넷 판매에 따른 실익이 크지 않다는 게 정부 시각이다.

이번 조치와 관련, 국세청 등 정부 일각에서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류는 탈세 우려가 많은데 인터넷으로 팔면 관리가 어렵고, 주류 판매를 촉진하는 것이 자칫 국민 건강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공정위 관계자는 "수입 와인은 취급업체가 모두 정식 면허를 받은 곳이고, 수입 물량 역시 세관을 통해 정부가 모두 파악하고 있어 탈세 위험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