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가 깼다… 극장가 '3월 징크스'

'한국 영화의 약진!' '3월 징크스가 깨졌다.'

5일 나온 지난 3월 한 달의 영화 관객 동원 성적표를 받아든 영화인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 한국 영화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월등한 성장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먼저 3월에 한국 영화를 본 관객 수가 679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74만명에 비해 2.5배로 늘어났다. 이는 한국 영화 점유율(60％)이 외국 영화(40%)의 그것을 앞지르는 결과로 이어졌다. 3월 한 달에 한국 영화를 본 관객 수가 외국 영화를 본 관객 수를 넘어선 것은 5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지난해만 해도 3월 한국 영화 점유율은 32.7％로 2011년 한 해의 한국 영화 점유율 평균인 46.6％보다 한참 낮았다.

한국·외국 영화를 합해 3월 한 달 극장을 찾은 전체 관객 수가 1132만여명에 달해 1000만명을 넘어선 것도 "기록적인 일"이라는 평이다. 지난해의 경우 한 달 극장 관객 수가 1000만명을 넘지 않는 달은 3월과 4월밖에 없었을 정도로 두 달은 극장가에서 '전통적인 보릿고개(비수기)'로 부른다.

영화인들은 "3월에 박스 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한 한국 영화들이 모두 제작비 등의 면에서 규모가 크지 않았는데도 이런 기록이 세워졌다는 게 더 의미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지난달 박스오피스 1~3위를 차지한 화차·러브픽션·건축학개론은 모두 한국 대중 영화 평균 제작비(약 40억원)를 넘지 않는 선에서 만든 중소규모의 영화들이다. 반면 이들과 경쟁했던 '존 카터: 바숨 전쟁의 서막' '타이탄의 분노'처럼 우리 돈으로 수백억원이 들어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각각 박스오피스 5위와 9위로 밀렸다.

이런 현상에 대해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란 평과 "한국 영화의 소재가 다양해졌고 스토리도 탄탄해졌기 때문에 상당기간 지속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엇갈려 나오고 있다. 황동미 영화진흥위원회 연구원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제작비는 많고 비슷한 장르가 양산되던) 한국 영화의 문제점들이 드러난 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제작자들의 노력이 있었고, 더 탄탄한 시나리오를 갖고 작품을 준비하는 영화인도 늘어났기 때문에 이런 성과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했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한국영화에 싫증을 내던 관객들이 지난해 '도가니' '완득이'처럼 사회문제를 반영한 영화를 보면서 한국 영화에 대한 신뢰를 회복했다"며 "이런 분위기가 계속 되면서 예전엔 소외받았던 중소 규모의 한국 영화들도 관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문제는 이런 상승세가 '잔인한 달'이라고 불리는 4월에도 계속될지 여부. 5일 현재 '건축학개론'이 예매율 1위를 지키고 있지만 '타이타닉 3D'와 '헝거게임' 등 할리우드 대작들의 위협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 제작사 대표는 "3월 한 달간 한국 영화와 견줄 만한 외국 영화가 개봉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진짜 제대로 된 할리우드 대작들이 나왔을 때도 관객들이 한국 영화를 선택해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