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따라 서비스 다르게… '타임 마케팅' 확산

온라인 쇼핑몰 SK플래닛 11번가는 스마트폰에서 쇼핑을 즐길 수 있는 '모바일 11번가'에서 매일 오전 11시 '모바일 특가상품전'을 열고 있다. 출퇴근 시간보다 매출이 크게 떨어지는 낮 시간 고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이벤트다. 11번가 관계자는 "보통 모바일 쇼핑은 출근 시간인 오전 7~9시, 퇴근 시간인 오후 7~9시에 매출이 많은데, 특가상품전을 열면서 낮 매출이 출퇴근 시간대를 거의 따라잡았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심야 모바일 쇼핑객을 위해 오후 11시부터 자정까지 심야 할인 쿠폰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시간을 마케팅의 주요 도구로 사용하는 '타임 마케팅(time marketing)'이 뜨고 있다. 소비자들의 일상을 잘게 나눠 그 시간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타임 마케팅의 본질이다. 최근 들어 모바일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널리 퍼짐에 따라 소비자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분석과 마케팅 대상에 타기팅이 쉬워진 것도 한 요인이다.

타임 마케팅은 이제 대형마트나 백화점의 신선식품 코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마감 시간 전 '떨이 판매' 수준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의 일상을 파고들고 있다.

◇식품·유통에서 젊은층 대상으로 활발

이마트는 지난 2월 한 달간 시간에 초점을 둔 옥외 광고 ‘이마트 써니 세일’을 선보였다. 해가 일정 고도에 위치하면 하얀색의 판에 그림자가 생기며 QR 코드〈용어설명〉가 나타나고, 소비자들이 휴대폰 등으로 찍어 할인 쿠폰을 받는 방식이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강남역·명동, 대학로 등 젊은이들이 많은 곳 위주로 광고판을 설치하고, 20~30대 매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정오부터 1시 사이에 QR 코드가 나타나도록 했다”며 “쿠폰 등 실질적인 혜택이 있는 데다 시간제한을 뒀더니 더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CJ푸드빌의 패밀리레스토랑 빕스(VIPS)에서는 최근 '창립 15주년 기념 샐러드 바 1만원' 행사를 열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진행된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 일부 매장에선 개장 전부터 700m가량 고객들이 늘어서기도 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타임 이벤트가 이슈가 되면서 행사 전보다 매출과 고객 수가 모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예전에도 타임 마케팅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됐다. 맥도날드가 2007년부터 도입한 아침 메뉴인 '맥모닝 세트'는 패스트푸드 업계에 아침 시장을 열어줬다. 패스트푸드 업계에 존재하지 않던 아침 시장이 열리면서 맥모닝 매출은 전체의 10% 수준에 달한다.

타임 마케팅의 사례는 금융업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신한카드는 오전 시간대 각종 할인 혜택을 주는 '아침 애(愛) 카드'를 선보였고 스탠다드차타드은행도 최근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타임카드'를 내놨다. 출근 시간대인 오전 6시부터 9시까지는 편의점과 제과점에서 할인을 제공하고, 점심 시간대인 정오부터 오후 2시까지는 음식점과 커피전문점에서 할인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불황과 SNS 발달이 확산 이끌어

시간마케팅이 확산되는 것은 불황이 계속되면서 내수 기업들이 시간 분석을 통해 숨어 있던 시장을 찾으려 안간힘을 쏟기 때문이다. 페이스북·트위터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확산으로 기업과 소비자 간의 거리가 더 좁혀진 것도 영향을 끼쳤다. 이를 통해 마케팅 대상 소비자층에 대한 정보 수집이 쉬워지고, 이를 분석하는 기술과 활용 방안도 다양해지고 있다.

한상만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셜미디어의 확산으로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일상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이해하고 자신의 브랜드가 어떤 맥락에서 이용되는지를 한층 용이하게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일기획 김홍탁 마스터는 "현대인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복잡다단해지면서 시간을 잘게 쪼개 쓰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 소비자의 시간 활용에 맞는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업의 노력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 QR 코드(Quick Response 코드)

흑백 격자무늬 패턴의 2차원식 바코드. 스마트폰 등으로 찍어서 동영상을 보거나 각종 할인 쿠폰 등을 내려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