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코미디 거장의 새 영화, 법정에 유령 등장

맡는 사건마다 족족 패하는 변호사 에미(후카쓰 에리)는 어느 날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한 남성을 변호하게 된다. 남성의 알리바이는 사건 당일 한 지방 여관에서 가위에 눌려 움직일 수 없었다는 것.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에미는 당시 의뢰인이 보았다는 유령을 증인으로 신청한다.

'일본 코미디 영화의 거장' 미타니 고키(51)가 연출하고 영화 '춤추는 대수사선' 시리즈로 한국 관객에게 친숙한 후카쓰 에리(39)가 주연한 영화 '멋진 악몽'(19일 개봉)의 내용이다. 전설적인 킬러를 데려와야만 살려준다는 암흑가 조직 보스의 말에 무명배우를 영화를 찍는다고 속여 데려와 킬러 연기를 시킨다는 내용의 전작 '매직아워'(2008)만큼 황당한 설정이다. 미타니 감독은 "첫 영화(웰컴 미스터 맥도날드·1997년 작)를 만들 때부터 리얼리즘을 강조하는 기존 일본 영화와 다른 걸 하고 싶었다"고 했다.

5일 서울 왕십리 한 카페에서 미타니 고키 감독과 후카쓰 에리를 만났다. 두 사람은 '매직 아워'에 이어 또다시 호흡을 맞췄다. 미타니 감독은 "함께 작품을 하며 '다음엔 이 배우에게 이런 역할을 시켜보자'는 생각이 드는 배우를 좋아하고 그런 배우들을 여러 번 캐스팅한다"고 했다. 미타니 감독은 새 작품을 한다는 소문이 나면 "출연하고 싶다"며 찾아오는 배우들이 많아 호텔에 숨어 시나리오를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당한 설정과 비슷한 배우가 나오지만, '멋진 악몽'은 기존 '미타니표 코미디'와 다르다. 미타니 감독은 "이 작품 전에 만든 영화 네 편 모두 여러 인물이 단체로 소동을 벌이는 이야기였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여성 혼자 주인공인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미타니 감독에겐 후카쓰 에리가 그 구상을 실현시켜줄 해답이었던 셈이다.

후카쓰 에리는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이렇게 황당한 이야기는 미타니 감독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진지한 연기를 해야 하는 영화보다 이번 영화가 더 힘들었다"고 했다. 재일교포 이상일 감독의 '악인'에 출연해 2010년 몬트리올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후카쓰 에리는 이번 영화에서 일본 코미디 영화 특유의 과장된 표정 연기를 잘 소화해 낸다. 불혹을 앞둔 나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깜찍한' 연기를 펼친 그는 "'식욕이 없어지면 내 인생은 끝난 것'이라는 게 내 신조"라며 "건강한 욕구에 충실하고 무리해서 일하지 않는 게 24년간 꾸준히 배우 생활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했다.

'멋진 악몽'은 지난해 10월 일본에서 먼저 개봉했다. 당시 일본 박스오피스에서 '혹성탈출:진화의 시작', '머니볼' 같은 할리우드 화제작들을 누르고 4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일본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는 우수작품상·우수감독상·우수각본상 등 10개 부분을 휩쓸었다. 미타니 고키 감독은 자신이 만든 5편의 영화가 모두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각본상을 받은 기록도 갖고 있다.

'멋진 악몽' 이것이 포인트!

#대사 “넌 혼자가 아냐.”(한국에 ‘초난강’으로 알려진 구사나기 쓰요시가 에미의 아버지 영혼으로 등장해 딸에게 던지는 위로의 말)

#장면 사극 촬영을 구경하던 유령 로쿠베(니시다 도시유키)가 흥분을 참지 못하고 촬영현장으로 뛰어든다.(중년 배우 니시다의 귀여움이 폭발)

#이런 분 보세요 슬랩스틱이 아닌 색다른 방식의 코미디를 보고 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