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TALK] 약병·군것질까지 따라 하는 '미드(미국 드라마) 주인공 놀이'

직장인 윤모(28)씨는 패스트푸드점에서 감자튀김을 먹을 때 밀크셰이크를 함께 주문한다. 즐겨 보는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에 나왔던 장면 때문이다. 그는 "극 중에서 교도관이 감자튀김을 밀크셰이크에 찍어 먹는 모습이 신기했다"며 "호기심에 한 번 따라 해 봤다가 습관이 됐다"고 했다.

외국 드라마 '팬심(心)'이 '주인공 따라 하기', 드라마에 나온 물건 공동 구매로 이어지고 있다. 주인공이 착용했던 옷이나 액세서리 정도가 아니라 드라마의 줄거리나 설정과 밀접하게 관계된 상징적인 물건을 주문 제작해 공동 구매하는 것이다.

미국 의학 드라마 '하우스'의 일부 마니아들은 '바이코딘(vicodin)' 약병 통을 공동 구매하는 중이다. 바이코딘은 드라마 주인공 하우스 박사가 습관적으로 복용하는 마약성 진통제. 드라마에 등장했던 약병과 비슷한 모양으로 플라스틱 통을 주문 제작해 공동 구매한다.

필름통과 비슷하게 생긴 반투명한 오렌지색 통에 약물 이름 'VICODIN' 상표, 복용법 등을 영어로 적은 라벨 스티커까지 딸려 있다.

외국 드라마 주인공들의 군것질거리로 자주 등장하는 젤리 과자도 인기 공동 구매 품목이다. 국내에서는 판매되지 않기 때문에 외국 사이트에 주문한다.

범죄 수사 드라마 'CSI' 팬들은 극에 나오는 '접근 금지' 테이프를 함께 사기도 했다. 박스 포장 등에 쓰이는 접착테이프에 'CRIME SCENE DO NOT CROSS(범죄 현장 출입 금지)'라는 문구를 넣어 만든 것. 드라마에서 범죄 현장을 보존하기 위해 둘러치는 테이프를 따라 만들었다. 이 드라마에서 증거물 수집 봉투에 붙이는 'EVIDENCE DO NOT TAMPER(증거물-만지지 마시오)' 스티커도 공동 구매 대상이다. 모두 국내 업체에 주문해 만들었다고 한다.

CSI, 하우스 등을 방영한 케이블 채널 OCN의 김철연 국장은 "미니시리즈가 대부분인 국내 드라마와 달리 외국 드라마는 시즌제가 많다"며 "방영 기간이 훨씬 길어 확고한 팬층이 만들어지기 쉽고, 팬들이 드라마 속 캐릭터에 감정을 이입하며 행동을 따라 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