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 쏘는 버블의 유혹… 스파클링 와인이 뜬다

최근 서울 홍대나 이태원의 클럽에서는 맥주 대신 와인을 마시는 20·30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전통적인 750mL짜리 와인병이 아니라 맥주병처럼 한손에 쥘 수 있는 미니 사이즈 와인이다. 서울 강남에서 유행하는 스탠딩 파티에서도 200mL 정도의 앙증맞은 스파클링 와인을 빨대로 마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국내 와인 소비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한 와인업체 관계자는 "최근 와인 소비의 새로운 유행은 '서브(SUB) 와인 전성시대'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달콤하고(sweet), 독특하고(unique), 거품(bubble)이 있는 스파클링 와인의 인기를 말하는 것이다. 레드 와인에 밀려 후보(sub) 취급을 당하던 스파클링 와인이 여성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세계 와인업계도 알코올 도수가 낮고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스파클링 와인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2011년 열린 세계 최대 와인 전시회 비넥스포(VINEXPO)에서는 2014년까지 전체 와인시장은 3.1% 증가하지만 스파클링 와인시장은 5.6%의 고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샴페인을 포함한 스파클링 와인 수입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국내 스파클링 와인 수입량은 189만4000L로 5년 전인 2006년(32만7000L)보다 6배 가까이 늘었다. 국제샴페인위원회(CIVC)는 2011년 한국으로 수출한 샴페인은 총 48만병으로 전년보다 31%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금양인터내셔날 김숙영 팀장은 "달콤한 맛을 좋아하는 여성 소비자의 증가와 특별한 날이 아닌 평소에 마시는 술이라는 인식의 변화가 스파클링 와인시장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스파클링 와인시장을 키운 1등 공신은 이탈리아에서 모스카토 품종으로 만든 달콤한 와인이다. 알코올 도수가 5도 정도로 일반 와인보다 낮고 가격도 저렴해 여성과 와인 초보자 사이에서 특히 인기다. 금양인터내셔날이 수입하는 '간치아 모스카토 다스티' 판매량은 2009년 8만6000병(750mL)에서 지난해 14만8000병으로 2년 동안 72%나 증가했다. 롯데주류가 2월 초 출시한 '벨라다 모스카토'는 두 달 만에 1만8000병이 넘게 나갔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 9000원대에 부담 없이 마실 수 있고, 코르크가 아닌 병맥주와 같은 마개를 써서 편의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스파클링 와인의 인기는 '와인은 집이나 고급 레스토랑에서만 마신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 스페인산 스파클링 와인 '프레시넷 코돈 니그로'는 클럽에서 춤을 추면서 술이 쏟아지지 않게 빨대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 '빨대 와인'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호텔에서는 샴페인이 축하주가 아닌 코스 음식과 함께 마시는 와인으로 자리를 잡으며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 신라호텔 샴페인 매출은 전년 대비 27.6% 올라 호텔 전 음료 매출 중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준석 과장은 "샴페인이 축하주 기능보다는 음식을 먹는 내내 곁들이는 술이 되면서 매출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 역시 "샴페인을 동반한 저녁 식사는 뉴욕을 비롯해 세계 유명 레스토랑이 가장 주목해야 할 트렌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