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증시 주도했던 '은·삼·차(은행·삼성전자·자동차)' 주춤

'은·삼·차' 랠리(단기 급상승)가 계속될 수 있을까

지난 3월 주도주 역할을 했던 '은·삼·차'가 상승 움직임을 이어갈 수 있을지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 논란이 생기고 있다. '은·삼·차'는 작년 초반 국내 증시를 이끌었던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업종에 빗대 은행, 삼성전자, 자동차를 묶어 만든 단어이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 움직임이 둔화된 상황에서 지난달처럼 삼성전자와 은행, 자동차 업종이 큰 폭으로 상승할지가 논란거리다.

◇'은·삼·차', 실적 기대감에 반짝?

지난 3월은 '은·삼·차' 랠리의 달이었다고 할 만하다. 삼성전자가 연일 사상 최고가 기록을 세웠고, 코스피지수가 0.8% 내릴 동안 금융 업종 지수는 1.8% 올랐다. 올 들어 부진했던 자동차 업종은 해외시장 자동차 판매 호조에 힘입어 현대차를 중심으로 상승세로 돌아섰다.

4월 들어서도 '은·삼·차'는 순항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은행 업종을 중심으로 다소 주가 움직임이 달라지고 있다. 9일 금융 업종 지수는 2.5% 하락, 4일 연속 내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1.6% 밀렸다. 금융 업종은 증시가 활성화됐을 때 함께 오르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단기적인 주가 등락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하지만 전체적으로 코스피지수가 크게 오르지 못하고 있어 향후에도 상승을 자신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황석규 교보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1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많이 올랐는데, 증시가 약세를 보이면서 금융 업종도 같이 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1분기 잠정 실적 발표일을 전후로 주가가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연일 강세를 보였던 자동차 업종은 현대차와 비(非)현대차 간 주가가 엇갈리는 모양새다. 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는 전날보다 1.5% 상승한 26만8500원을 기록했지만, 현대모비스는 2.9% 내린 30만3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현대위아는 전날보다 1% 밀린 14만9500원, 기아차는 소폭 하락한 7만9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엇갈리는 전망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는 '은·삼·차'만 오르는 현상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주가가 저평가된 종목으로 관심을 돌릴 때라고 권하고 있다.

이대상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은행주가 올랐던 것은 1분기 실적 전망치가 좋았기 때문이고, 자동차는 해외시장 판매량 같은 실적 수치가 눈에 띄었기 때문"이라며 "작년 '차·화·정' 랠리 때처럼 계속해서 증시 주도 업종 역할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다른 의견도 있다. 은행은 다소 위험하지만 전기·전자와 자동차는 앞으로도 주도주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정우 SK증권 연구원은 "전기전자(IT)와 자동차는 상승 속도가 둔화되겠지만, 계속 오를 것"이라며 "다만 은행 업종은 유럽의 상황을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투자에 대한 판단을 유보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바뀐다면 뭘로 바뀌나… 해외 변수 주목

그렇다면 주도주가 바뀐다고 보는 전문가들은 은·삼·차 이후의 증시를 어떻게 전망할까? 전문가들은 해외 요인이 증시 주도주를 결정할 것이라는 의견을 공통으로 갖고 있다. 유럽 재정 위기의 진행 상황이나 중국 경기의 향방에 따라 주도 업종이 달라질 것이라는 의미이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이 중국 소비 촉진의 달인 만큼, 중국 관련주가 다시 뜰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철강이나 화학처럼 최근 주가가 많이 내린 소재주가 증시의 새로운 주도 업종으로 바뀔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 중국의 주요 경제지표가 발표된 다음, 업종별 투자 계획을 다시 한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